시노브코리아는 건설 화학 첨가제를 전문으로 하는 무역회사다. 한국은 제조 기술과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이 분야는 주로 내수에 머물러 해외에서 알려질 기회가 적었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한 영향도 있었다. 김희관 대표는 이 공백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한 분야가 콘크리트 혼화제다. 건설 현장에서 필수 원료지만, 강도·굳는 속도·내구성 등 조건에 따라 배합이 달라지고 요청이 다양하다. 시노브코리아는 이런 특성을 파악하고, 고객과 소통하며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한다. 김희관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시노브코리아 김희관 대표. 현재 건설 화학 첨가제, 그중에서도 콘크리트 혼화제를 주로 다루며 유럽·중동·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사진=시노브코리아/ 한주희 기자]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무역 상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다년간 회사에서 쌓은 경험으로 그 꿈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화학 제품 중에서도 콘크리트 혼화제 원료는 한국의 품질과 기술력이 높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제조사와 고객이 함께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 싶었고, 그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져 시노브코리아를 세우게 되었다.
Q. 현재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건설 화학 첨가제를 전문으로 하는 무역회사다. 주력은 콘크리트 혼화제 원료로 SNF, SG, Polycarboxylate 계열 분산제를 취급한다. 이 원료들은 콘크리트의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 세계 여러 시장에서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는 이유다.
업무는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샘플을 보내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제안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객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우리는 함께 해결책을 찾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Q. 주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 고객관리는 평소에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회사의 고객은 대부분 중견이나 중소 규모의 건설 화학회사, 그리고 콘크리트 첨가제 제조사들이다. 대기업처럼 직접 생산시설을 갖추기보다는 외부 파트너에게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받는 쪽을 택한다. 거래 지역은 유럽, 중동, 북미 세 곳이 메인이다. 시장마다 요구 조건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관건은 같다. 얼마나 빨리 대처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믿을 만한가. 작은 샘플 요청에도 성실히 챙기고, 필요할 때 즉시 답을 주려는 태도. 이런 것들이 쌓여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진다.
Q. 무역업은 시차나 문화 차이가 크다. 하루일과가 궁금하다.
아침에는 메일을 확인하며 국내에서 들어온 요청을 처리하고, 점심 이후부터는 해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한다. 인도와 중동은 오후부터 연락이 가능하고, 유럽은 저녁 무렵이 돼야 답이 온다. 시차가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후와 저녁에 대화가 몰린다. 북미 고객사와는 밤늦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금요일은 재택근무로 운영한다. 무역은 제품을 파는 일이고, 다른 나라와 소통하는 일이다. 시차와 문화의 간격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게 결국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과 거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기업은 상사보다는 제조사와 직접 연결되기를 선호한다. 이미 자체 생산을 하거나, 소규모 회사를 OEM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필요하면 언제든 자체 생산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우리가 샘플을 제공하더라도 단가나 기술만 노출될 위험이 있어 조심스럽다.
반대로 중견·중소기업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강한 니즈가 있다. 자체 생산보다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가 곧 경쟁력이 된다. 배합 레시피를 함께 검토하고 현지 조건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한다.
Q.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나.
시노브코리아라는 이름은 ‘SHare INNOVation’에서 나왔다. 혁신을 나눈다는 뜻이다. 우리가 말하는 혁신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쓰이는 배합 비율을 조정하거나, 물류 과정을 줄이거나, 소통 방식을 바꾸는 일처럼 작은 개선에서 시작된다. 이런 변화를 고객과 함께 나누면 신뢰가 쌓이고 우리에게는 경험이 남는다. 이렇게 모인 것들이 시간이 지나 큰 혁신으로 이어진다. 무역은 먼 거리를 전제로 한다. 신뢰 없이는 관계가 오래갈 수 없다. 우리가 신뢰와 혁신을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Q. 제조사가 의뢰하는 부분들은 무엇인가.
판매량이 늘어나면 제조사 쪽에서 우리에게 묻는 게 많아진다. 다음 주문 시기나 테스트 요청 같은 실무 질문은 물론이고, 제품을 다른 시장에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까지 의견을 구한다. 직접 프로모션이나 영업에 한계가 있다 보니, 우리가 가진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국가에서 품질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확인해 달라는 부탁도 한다. 단가 조정이나 조건 협의 같은 요청도 이어진다. 구매자인 동시에 파트너로서 여러 의뢰를 받는 건, 결국 우리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Q. 어떤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콘크리트 혼화제는 배합 비율과 사용 원료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이 배합 방식을 업계에서는 레시피라고 부르는데, 건축 기술이 앞선 국내 현장에서 기술자들에게 배워 온 지식이다. 우리는 이 정보를 고객사에 제공한다. 어떤 제품을 조합하면 어떤 특성이 나오는지 컨설팅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제품을 제안한다. 고객사 상황에 맞는 제품을 권하는 셈이다.
Q. 주력 제품인 ‘콘크리트 혼화제’는 어떤 것인가.
현장마다 콘크리트에 요구되는 조건이 다르다. 초고층 빌딩의 하층부는 무게를 버텨야 하니 강도가 중요한데, 이때는 고성능 감수제를 쓴다. 레미콘을 멀리 운반해야 하려면 굳는 속도를 늦추는 혼화제가 필요하다. 중앙분리대 같은 구조물은 일정 시간은 흐물흐물해야 틀에 잘 들어가고, 이후에는 단단하게 굳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동결과 융해를 막기 위해 공기연행제를 넣는다. 이렇게 다양한 화학 제품이 섞여야만 비로소 현장에 맞는 콘크리트가 만들어진다.
Q. 최근 업계 분위기와 변화는 어떠한가.
최근 건설·화학 분야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저탄소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주춤해졌다. 대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해외 거래처들도 투자와 신규 계약에 신중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까지 겹치며 원료 조달과 물류에도 차질이 많다. 특히 우리가 거래하는 유럽과 중동은 이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이라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온다. 기업이 의존할 수 있는 건 트렌드가 아니다. 현지의 조건에 맞는 공급망을 유지하고,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거래를 이어갈 수 있는 관계를 갖추는 일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결국 거래 안정성과 파트너십은 더 중요해진다.
Q.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나.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제품이나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그대로 들여가면, 해외에서 똑같은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라별로 쓰는 시멘트의 성분이 다르고, 모래의 입자나 물의 성질까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동은 모래 자체가 너무 고와서 한국에서 설계한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면 강도가 떨어진다. 또 유럽은 수질이 석회질이 많아 물성과 반응이 달라진다.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하면 제품이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끝난다. 그래서 각 시장의 재료와 조건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Q. 사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노브코리아’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제품에 붙어 해외에 나갔을 때다. 직접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제조사를 발굴하고 판매량을 늘리면서 우리 브랜드 라벨을 붙일 수 있었다. 처음으로 회사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제품이 세계 시장에 나간 순간의 성취감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전까지는 다른 브랜드를 대신 전달하는 무역인이었지만, 그때만큼은 내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포장박스에 로고가 붙은 채 컨테이너에 실리는 장면은 노력이 모여 하나의 결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Q. 향후 계획과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기존 건설 첨가제 수출을 안정적으로 늘리고, 계면활성제 같은 신규 제품도 본격적으로 해외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여러 시장에서 시험이 진행 중이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첨가제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소싱과 유통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공장과 연구소를 세워 제조까지 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2030년까지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