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접 배관 시스템으로 시공 안전성과 효율을 높인 기업이 있다. 스테인리스 배관과 원터치 조립 기술을 자체 개발해 용접 없이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 '에버테크코퍼레이션'이다. 화재 위험을 줄이고 설치 시간을 단축해 현장 반응도 좋다.

이 회사는 에어컨 튜브용 후크 조인트, 수도관용 후크 조인트 등 정밀성과 시공 편의성을 갖춘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최근 포스코, OSC 전문 건축업체 엔알비, 강관 제조사 대천과 함께 고연질 스테인리스관의 관형화 기술을 공동 개발해 2025 대한민국 기계설비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이 배관 시스템은 포스코를 비롯한 여러 현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현장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화재 등 사고 요인을 제거한 기술로 배관 산업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 에버테크코퍼레이션의 우지현 대표를 만났다.

Q. '에버테크코퍼레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시멘트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셨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는 공대에 진학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기계공학을 전공하게 됐다. 기술을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강조하셨다. 지금 돌아보면, 그 말씀이 내 진로와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준 셈이다. 석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관련 업계에 들어가 현장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일을 하면서 점차 사업 생각을 구체화했고, 언젠가는 내 기술로 직접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Q. 기계공학을 전공하셨다. 그중에서도 설비 쪽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었나.

기계공학은 범위가 넓다. 그중에서도 나는 설비에 관심이 많았다. 건축 설비는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처음 근무한 곳은 덴마크의 다국적 펌프 회사였는데, 건물 안에서 펌프가 물을 각 세대로 보내는 중요한 장치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물과 공기, 위생처럼 사람이 꼭 필요로 하는 요소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펌프를 중심으로 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다. 펌프는 건물 내에서 물을 순환시키며, 마치 심장처럼 작동한다. 이 장치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이 일을 선택하게 됐다.

Q. 스테인리스 배관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 최근에는 어떤 제품을 개발하고 있나.

현재는 스테인리스 배관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배관은 물을 이송하는 데는 물론 에어컨 냉매 배관에도 널리 쓰인다. 특히, 무용접 원터치 방식을 적용한 배관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의 용접 방식에서 발생하던 복잡한 공정과 화재 위험을 없애고, 시공을 훨씬 간편하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스테인리스는 내식성과 기계 강도가 뛰어나 물과 냉매를 안정적으로 이송할 수 있다. 무용접 방식은 시공 현장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 기술로 여러 대형 건물에서 제품이 채택됐고, 포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국가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Q. 무용접 배관 기술의 핵심 장점은 무엇인가?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까.

무용접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용접이 없으니, 불꽃이 발생하지 않고, 그에 따른 위험도 사라진다. 시공도 간편해 설치가 수월하다.

우리 제품은 손으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이 기존에 비해 단순하다. 해외에도 무용접 방식이 있지만, 이렇게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은 드물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도 무용접 시공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 기술은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스테인리스 냉매배관용 무용접 조인트 제품 [자료=에버테크코퍼레이션]

Q. 제품을 도입하는 고객은 주로 어떤 업종인가.

주요 클라이언트는 건설사와 에어컨 설치업체다. 이 가운데 대형 건물을 짓는 건설사들이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협력해 포항과 광양의 대형 건물에 제품을 납품했다.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현재 중국, 포르투갈, 헝가리 등 여러 국가와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시장 규모가 커서 제품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Q. 최근에는 어떤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나.

대구경 배관은 지름이 큰 배관으로, 대형 건물이나 산업 현장에서 많은 유량을 처리할 때 사용된다. 현재는 대구경 배관과 분지관을 개발 중이다. 이 제품들은 대형 프로젝트나 건물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 향후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대구경 배관은 대형 건물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내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신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도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다.

Q. 회사를 운영하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되새기는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업을 하면서 늘 ‘홍익인간’ 정신을 떠올린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개발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익만을 좇기보다는 우리의 기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을 고민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Q. 포스코와의 협업 이야기가 인상 깊다. 대기업과의 협력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대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포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기술 지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기술 개발과 제품 개선에 큰 진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이런 협력을 이어가며 더 많은 성과를 만들고 싶다. 또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에어컨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접 가스 등 오염 요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환경 보호와 작업 안전을 함께 생각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