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오차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한 태도에 가깝다. 미세한 차이를 그냥 넘길지, 끝까지 갈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밀가공에서 그 차이는 장비의 품질이다.

한백정밀은 그 정밀함을 장비에 실현해 온 회사다.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 속에는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고, 그 정확도가 공정 안정성을 결정한다. 한백정밀은 반도체 장비용 정밀 부품 가공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축적된 정밀가공 기술로 ‘진공척’ 같은 고정밀 완성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진공척은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림 없이 고정하는 부품이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공정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한백정밀에 정밀함은 기술이자, 책임이다. 홍승환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한백정밀은 반도체 장비 공정을 지탱하는 초정밀 부품을 가공해 왔다. 수 마이크론 단위의 오차가 성능을 바꾸는 영역에서, 진공척과 같은 고난도 부품을 공급한다. 홍승환 대표는 자신을 거쳐 간 작업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를 기술 기준으로 여겨왔다. [사진=한백정밀]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오랜 시간 기술자로 일해왔다. 정밀도는 기술자의 양심에서 비롯된다. 장비 성능이라는 게 결국 어디서 달라지는지 배웠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부품, 미세한 오차가 전체 결과를 바꾼다. 수 마이크론 차이가 성능을 좌우한다. 그래서 정밀도를 숫자나 기준표로만 보지 않는다. 나를 거쳐 나가는 작업에 대해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느냐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안쪽에서 쌓인 오차는 언젠가 드러난다. 그래서 늘 눈에 보이지 않는 정밀함까지 구현하자는 마음으로 일해왔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가공이 기술의 전부라고 여겼다. 장비를 직접 만지고, 시제품을 수없이 만들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정밀가공은 고객이 요구한 공차와 평탄도를 완벽히 구현했을 때, 다시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이런 경험은 내게 값진 교훈이었다.

그 이후로는 기술로 어떤 믿음을 남길지를 먼저 생각해 왔다. 기술로 신뢰를 쌓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그 생각으로 한백정밀을 운영해 왔다. 국내 기술만으로도 높은 정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나의 원동력이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서는 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르게 가려면 아무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분야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분야가 ‘진공척’이었다.

Q. 현재 주력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한백정밀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기계 산업 분야의 고정밀 부품을 가공하는 전문기업이다. 절삭, 연삭, 연마, 폴리싱 같은 공정을 다룬다. 세라믹이나 석영, 금속처럼 까다로운 소재를 초정밀 수준으로 가공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반도체 생산 장비에 들어가는 초정밀 부품이다. 웨이퍼 진공척, 포러스 진공척, 반도체 정밀 유량계, 웨이퍼 핸들, 정밀 샤워헤드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이 부품 하나가 어긋나면 공정 전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세라믹 진공척과 포러스 진공 플레이트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평탄도와 청정도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밀도만 맞춘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평탄도, 청정도, 내구성까지 함께 맞춰야 한다.

쉽게 말하면 ‘척’은 반도체를 아래에서 잡아주는 부품이다. 얇은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면서 온도도 제어한다. 예전에는 금속 소재가 주로 쓰였지만, 지금은 세라믹으로 옮겨가고 있다. 진공이 새지 않도록 막아줘야 하고, 표면은 평탄하고 깨끗해야 한다. 열도 잘 전달돼야 공정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포러스 진공 플레이트는 표면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제품을 고정한다. 주로 디스플레이 쪽에서 쓰인다. 공기를 주입해 제품을 살짝 띄운 상태로 이동시키는 데도 쓰이는데, 무거운 소재를 옮길 때 흠집이 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진공 플레이트와 진공척은 쓰이는 환경이 다르지만, 둘 다 공정에서는 빠질 수 없는 부품이다.

스마트 제조 데이터 플랫폼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전에는 수기로 적어서 보관했는데, 오래 남지도 않고 다시 찾기도 어려웠다. 지금은 데이터로 품질을 자동 관리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데이터가 제조 현장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진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Q.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금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쓰일 세라믹 열전도 진공척 모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금속 베이스 척에서 겪어온 문제를 그대로 두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기 절연성과 고평탄도를 구현하려면 소재부터 다시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세라믹으로 열 관리까지 함께하는 진공척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가공 중 발생하는 수치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공정 품질을 정량적으로 관리할 수 잇는 스마트 제조 데이터 플랫폼도 만들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금속 소재 척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웨이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강한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데, 금속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손상이 생기면 정밀도도 함께 무너진다. 세라믹은 화학 반응이 거의 없고, 열 관리나 정전기 문제에서도 훨씬 안정적이다. 공정 조건이 까다로워질수록 차이는 크게 난다.

장비 쪽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이미 상당히 높다. 다만 요구만큼의 결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주 고객층은 어떤 분들이며, 고객관리는 어떻게 하나.

주로 국내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 및 소재 전문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국내와 해외에 있는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백정밀은 완성된 부품을 전달하는 납품 관계가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설계, 시제품 검증, 양산까지 전 과정을 협력하는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정밀함의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초정밀 가공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 내가 말하는 정밀함은 완벽을 향한 끝 없는 도전이고, 사람의 삶에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약속이다. 정밀한 부품은 자동차와 항공기, 의료기기, 반도체처럼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곳에서 쓰인다. 한백정밀은 그런 책임을 지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또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래도 한백정밀을 함께 아끼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Q. 사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창기에는 작은 공장에 기계 한 대씩 놓고 직접 설비를 다루며, 납기를 맞추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납품한 부품이 고객사 장비에서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해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순간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가장 뿌듯했던 때는 2021년이다. 미국 첫 수출로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램리서치’의 일차 밴더에 부품을 공급했을 때였다.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보람 있었다. 최근에는 국내외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과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의 기술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부품 가공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갈증이 생겼다.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때 고민하던 게 진공척이었다. 마침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에서 함께 개발해 보자는 연락이 왔다. 시간이 꽤 걸렸고, 쉽지 않았는데 최종 합격 판정을 받았을 때 그동안의 고생이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유럽의 한 장비 업체에서는 일본 업체와 경쟁 테스트를 한 적도 있다. 같은 조건에서 장비를 돌려봤고, 효율 면에서 국내 장비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공을 우리 고객사가 한백정밀에 돌려줬다. 검사장비 성능은 결국 척에서 나오는데, 한백정밀이 척을 잘 만들어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뿌듯했다.

Q. 최근 업계 분위기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보나.

반도체 산업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첨단공정 미세화나 소재 국산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밀가공 기술의 무게는 커지고 있다. 특히 세라믹처럼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를 얼마나 정교하게 가공하느냐가 장비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현실이 늘 쉽지는 않다. 그럴수록 고난도 가공 기술과 소재 기술을 융합한 차별화 솔루션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정부 정책에 바람이 있다면.

정밀가공 산업은 겉보기에는 전통 제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우주, 의료 같은 첨단 산업의 기초를 담당하는 기술이다. 중소기업은 고가 장비를 들이거나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기술이 있어도 시도 자체가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첨단소재 가공이나 세라믹, 정밀공정 분야에서 장비 개발과 인력양성, 시험과 평가를 함께 지원해 주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기술형 중소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실증 테스트나 초기 양산 단계에서 정책 지원이 병행된다면, 우리 같은 회사들이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AI를 활용한 정밀가공 전문기업으로 한백정밀을 키워가고 싶다. 지금 보유한 초정밀 연삭, 연마, 폴리싱 기술에 공정데이터를 분석과 품질 예측 시스템을 결합해, 가공품의 품질을 수치로 관리하고 고객 맞춤형 공정 솔루션을 제공하려 한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세라믹 열전도 진공척과 포러스 진공 관련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소재, 설계, 가공 일체형 기술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정밀공정 기술로 선택받는 글로벌 수준의 회사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