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화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두 대표가 함께 만든 브랜드가 있다. 슈즈 브랜드 ‘킨치’다. 김정현 대표는 마케팅과 기획, 비주얼 디렉션을 맡아 고객이 킨치를 어떤 브랜드로 기억할지를 고민한다. 브랜드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정리하고 방향을 잡는 일도 담당한다.
김준식 대표는 제품 제작과 디자인을 맡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편하게 신을 수 있고, 오래 신을수록 멋이 더해지는 신발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한다. 두 대표는 신발을 통해 한국 제화문화에 자신들만의 색을 더해가고 있다.
킨치(kinchi) 2025 F/W 룩북. 킨치는 익숙한 멋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신발을 새롭게 만든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편안함과 실용성을 더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사진=치킨프로젝트]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여러 신발을 보면서, 한국에도 제대로 된 품질과 생각을 담은 신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제화를 좀 더 새롭게 바라보면 분명 반응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생각으로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구두가 여전히 격식 있는 자리나 직장인에게 익숙한 신발이었지만, 해외에서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신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차이가 인상 깊었고, 우리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Q. ‘킨치(kinchi)’라는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브랜드 이름은 치킨을 거꾸로 쓴 ‘킨치’다. 치킨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찾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했다. 그대로 치킨이라고 쓰면 조금 무겁게 느껴질 것 같아, 발음이 부드러운 킨치로 정했다.
Q. 킨치는 어떤 제품을 생산하나.
킨치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이어온 기성 라인 외에도, 고객의 발을 직접 측정해 제작하는 MTO 라인과 일본 현지에서 100% 생산하는 프리미엄 라인을 통해 다양한 제품군을 전개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국내 제화 시장이 침체해 있어, 시장을 다시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직접 공장 설비를 들여오며 MTO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능한 기술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제화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란다.
Q. 운영 중인 다른 브랜드도 있다고.
여러 브랜드가 있다. 피노키, 여성화 브랜드 이크닉, 미스테이크 프로젝트가 있고, 합작 브랜드도 있다. 제뉴인그립이라는 오래된 기능성 안전화 브랜드와 협력해 온노라는 브랜드를 준비 중이며, 론칭은 10월 초로 예정돼 있다.
Q. 주요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
주 고객층은 20~30대다. 자신만의 취향과 생각을 신발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제품을 단순히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려 한다. 판매 이후에도 고객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소통한다. 최근에는 멤버십 제도를 새로 정비해 직접 만든 굿즈를 선물하며, 고객의 관심과 응원에 답하고 있다.
Q. 브랜드이미지를 어떻게 각인시키고 싶나.
우리는 브랜드를 ‘뉴 클래식’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전통적인 드레스화보다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신을 수 있는 구두를 만든다.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신발, 그런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다.
Q. 고객들이 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인솔에 신경을 많이 쓴다. 드럼다이 방식으로 가공한 가죽을 사용한다. 큰 드럼통 안에서 가죽을 염색하며 부드럽게 무르게 만드는 공법이다. 덕분에 가죽이 단단하지 않고 유연해, 신었을 때 편안하게 느껴진다.
Q.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나.
디자인 영감은 일상에서 얻는다. 빈티지 신발은 물론이고, 간호화나 낚시화처럼 특정 직업군이 신는 신발에서도 아이디어를 찾는다. 구두에만 시선을 두지 않고,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제작 과정을 직접 보고 배운다. 요즘은 빈티지 제품에서 참고하는 부분이 많다.
Q. 제품에 스토리를 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 소비자는 가격이나 디자인만 보고 신발을 고르지 않는다. 우리는 제품마다 이름과 소재, 제작 과정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그 과정을 알게 되면 신는 사람도 더 애정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모든 제품에 그런 이야기를 담아 보여줄 계획이다. 홈페이지 리뉴얼이 끝나는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Q. 스토리 예시를 하나만 든다면.
아직 출시 전인 모카신 신제품 ‘포테이토 워드’가 있다. 이름 그대로 감자를 닮은 신발이다. 누구나 친숙하게 떠올릴 수 있는 감자처럼, 일상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디자인적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제법을 적용해, 창과 가피가 유연하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오래 신어도 발에 부담이 적고, 부드럽게 길이 들어간다. 제품의 이름과 제법, 착화감이 모두 같은 메시지로 이어진다. 친근하고 편안한 신발,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
Q. 해외에서 첫 고객을 맞은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미국 고객이 DM으로 구매 의사를 밝힌 것이 첫 해외 판매였다. 당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경로를 안내했고, 고객이 신발을 신고 SNS에 후기를 남겨주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 킨치가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미국 LA 편집숍 대표가 한국에 와서 직접 미팅하고 수주를 진행했다. 지금도 그 편집숍에서 제품이 전시되고 판매되고 있다. 해외에서 찾는 수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고객과 함께 친밀하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신발은 오래 신으면서 추억과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 속에서 더 정이 드는 신발을 만들고자 한다. 신발은 누구나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품마다 이야기를 담아 전한다. 그 이야기가 제품에 대한 애정을 만들고, 애정이 쌓여 브랜드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Q. 국내 제화 산업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나. 또 정부나 제도적 지원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수제화 산업은 소규모 공방과 공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며 점점 사라지고 있다. 킨치는 해외와 국내 모두에서 생산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수제화 생산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수제화 산업 지원과 기술 계승,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국내 브랜드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킨치의 뉴클래식은 꾸미지 않아도 드러나는 편안한 멋이다. 집에 있든, 친구를 만나든, 어떤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사진=치킨프로젝트]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목표는 글로벌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고객 맞춤형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강화하고, 브랜드 커뮤니티를 키워 고객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한다. 우선 홈페이지를 개선할 예정이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CRM 마케팅을 외주 협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매출과 홍보를 위한 것이고, CRM 마케팅은 고객과의 소통 창구다. 고객 등급제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이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다양한 고객층과 만날 수 있는 브랜드로 발전할 계획이다. 킨치를 신는 경험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성장해 갈 것이다.
취재 한주희 기자(epub@kangso.co.kr) | 글 박희수 편집국장(editseoul@kangs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