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S인터네셔널은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을 한국에서 제조하여 수출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 한국 제조사를 중개하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특징을 파악한 후, 가장 적합한 제조사에 개발을 의뢰한다. 용기를 수입하여 디자인하고, 품질과 일정을 관리한다.
주력하고 있는 지역은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중동이다. 현지 문화, 기후, 니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동 시장을 개척했다.
이제는 중동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좋은 제품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새롭게 오픈할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 수요가 많은 한국의 브랜드의 제품과 직접 개발한 여러 브랜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동환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SPS인터네셔널 신동환 대표. 광고 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화장품 제조를 맡게 된 일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현재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브랜드의 의뢰를 받아 국내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사진=SPS인터네셔널]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광고와 브랜딩을 공부한 후, 광고 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며 주로 화장품 광고와 패키지 디자인을 맡았다. 프리랜서로도 활동했는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워 전업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브랜드를 론칭하는 지인을 돕게 되었고, 화장품 제작까지 맡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주체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결심했다.
Q. ‘SPS인터네셔널’은 어떤 회사인가.
해외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새롭게 시작하려는 고객이 한국에서 제품을 제작할 때,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흔히 제조사가 모든 과정을 맡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회사가 협업해 하나의 제품이 완성된다. 화장품 용기 회사, 종이상자 회사, 물류 포워딩 회사, 원료 회사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해 제품을 만든다. 그래서 화장품 전공자나 연구원 출신의 PM, 그리고 경력 많은 디자인팀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프로젝트를 함께 관리하고 있다.
Q. 아트디렉팅과 제조, 전혀 다른 분야인데 시행착오는 없었나.
처음에는 예쁘게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내용물을 담으면 완성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화장품은 미용 제품이기 전에 화학 제품이라는 것을 막상 제작해 본 후에야 알게 됐다. 플라스틱과 내용물의 반응을 고려하지 못해 용기에 금이 가기도 했다.
PP, PE, PET 등 플라스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화장품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라이너만 해도 우드, 젤, 리퀴드, 붓펜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헤어 에센스는 오일, 세럼, 로션 등 여러 제형으로 나뉘며, 스프레이처럼 사용 방법이 다른 제품도 있다.
제조사의 MOQ(최소주문수량)을 고려하지 못한 채 제작을 의뢰했다가, 기준 수량에 미치지 않아 주문을 진행하지 못했다. 의뢰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오기가 생겨 관련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제조사별 콘셉트와 화장품을 이해하고, 각 업체에서 어떤 종류의 제품을 얼마만큼 주문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까지 4~5년이 걸렸다.
Q. 여러 국가의 요청을 받을 것 같은데, 고품질의 화장품을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힘쓰고 있나.
고품질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그다음 고객이 제시한 레퍼런스를 분석해 상, 중상, 중하 등으로 구분한다.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3개 정도의 옵션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야 적정한 단가를 맞출 수 있고 고객 만족도도 올라간다.
Q. 주 고객층에서 중동 지역의 비중이 높은데, 중동 시장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운이 따랐던 것 같다. 중국 계약 진행 중, 사드로 인해 큰 계약이 무산됐다. 뜻밖에도 중동에 있는 한 업체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제조사는 중국처럼 큰 수량을 주문하는 국가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소량도 취급했기 때문에 연락이 온 듯하다. 그때의 경험이 포트폴리오가 되어서 회사 규모도 키울 수 있었고, 특히 중동 지역에서 많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Q. 처음 중동으로 화장품을 수출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궁금하다.
주문이 많지 않아 매출도 높지 않았던 때라, 매달 직원들의 월급날이 다가올 때마다 두려웠다. 그 무렵 화장품 개발을 요청한 중동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아 걱정이 컸다. 그래도 속는 셈 치고 개발을 진행했는데, 수출 후 2~3주 만에 주문한 화장품이 매진되었다며 재주문이 들어왔다. 정말 놀랍고 기뻤다. 중간에 계약이 무산될까 봐 염려했지만, 감사하게도 약속한 조건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지금도 그 고객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직원들의 급여를 단 1분도 밀리지 않는다’이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사업 초기, 미수금이 생겨 직원의 월급을 주지 못할 상황이었다.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은 상태였다. 난생처음으로 친구에게 300만 원을 빌려서 급여를 입금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표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아야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조언을 듣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 각오는 거래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처에 약속한 대금은 반드시 지급한다. 한 번 한 말은 끝까지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미수금은 아직 남아있지만, 현재 거래처들에겐 지급일이 밀리거나, 예정보다 늦게 지급한 적은 없다.
Q. 화장품 직구 플랫폼 ‘블루밍코리아’를 론칭한 이유가 궁금하다.
완성된 제품만 전달하는 회사로 남고 싶지 않았다. 고객의 의도를 먼저 이해하고, 그 기대를 넘어서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오래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품 개발을 의뢰하는 고객 대부분은 마케팅과 판매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눌 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루밍코리아’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한국 화장품을 전 세계에 무료로 배송하는 직구 서비스다. 올해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글로벌 뷰티 박람회 ‘홍콩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2025’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포장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고객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익스프레스 배송으로 2~3일이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생 브랜드 제품을 홍보하고, 인큐베이팅도 함께 할 것이다. 플랫폼을 통해 미국 등 세계 시장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면, 전 세계 소비자, 그리고 우리 회사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Q.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한국의 좋은 화장품을 소개하고 배송하는 큐레이터의 역할도 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브랜드를 위한 화장품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제작한 무료 화장품 매거진도 발행하고 있다. 제조하다 보면 미국에서 좋아할 것 같은 제품, 동남아에서 좋아할 것 같은 제품이 분명히 보인다. 시장별 선호도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새로운 제품을 써보고 싶거나, 아직 본인에게 잘 맞는 제품을 찾지 못한 소비자에게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여 도움을 드리고 있다.
Q.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광고를 제작했던 사람으로서 내 브랜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꼭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랫폼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브랜드의 개념을 확장해 블루밍코리아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보상과 최선의 복지다. 회사의 매출은 직원의 노력과 성과로 만들어진다. 이에 대한 충분히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초마다 작년 한 해 매출과 약속한 상여금, 인센티브에 대해 공유하며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로써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대표가 부재해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조직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