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이웨어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브랜드가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운영 시스템으로 ‘패션 아이웨어’라는 장르를 정립해 온 비컨플레이스다. 퍼블릭비컨(PUBLIC BEACON)과 뮤지엄바이비컨(MUSEUM BY BEACON), 두 브랜드를 통해 일상과 클래식, 세련됨과 깊이를 이야기한다. 임용욱 대표는 클래식 브랜드 일색이던 아이웨어 시장에 ‘젊음’과 ‘새로움’, 일상의 패션으로서의 아이웨어를 다시 정의했다.

퍼블릭비컨의 행보는 늘 실험적이다. 팝업스토어를 통한 소비자 체험, 브랜드 조닝(Brand Zoning)을 통한 매장의 일관된 공간 연출, 컬렉션마다 새로운 메시지를 담은 기획력까지. 퍼블릭비컨이 현재의 트렌드를 말한다면, 뮤지엄바이비컨은 시간의 품격을 이야기한다.

비컨플레이스는 패션과 기술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서 아이웨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임용욱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비컨플레이스 임용욱 대표. ‘2023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에서 비컨플레이스의 브랜드 퍼블릭비컨이 아이웨어 부문 1위로 선정되었다.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은 대한민국 브랜드의 충성도를 조사해 사회와 대중문화에 가장 영향력 있는 부문별 1위 브랜드를 발표하는 어워드다. [사진=비컨플레이스 / 한주희 기자]


Q.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젊음과 새로움을 가치로 두었다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을 졸업한 뒤 2004년 국내 한 해외 아이웨어 디스트리뷰터 회사에서 세일즈 업무를 맡았다. 10여 년 동안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유통하고 기획하며, 아이웨어 시장을 경험해 왔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한다. 아이웨어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시장은 클래식 브랜드로 정형화되어 있었다. 큰 변화 없이도 소비됐고, 젊은 세대에게는 입문용 브랜드나 기능 제품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때 해외에서는 스파브랜드가 등장하며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즐길 수 있는 패션,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함께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웨어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젊음과 새로움을 가치로 정하게 되었다.

Q. 현재 운영하는 아이웨어 비즈니스를 자세히 설명한다면.

비컨플레이스는 퍼블릭비컨과 뮤지엄바이비컨 두 브랜드를 운영한다. 퍼블릭비컨은 일상에서 쓰기 편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선보인다. 뮤지엄바이비컨은 안정감과 완성도 높은 영 클래식 라인을 선보인다.

두 브랜드는 전국 안경원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했다.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며,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왔다. 올해 6월에는 더현대 서울 팝업스토어를 열며 B2C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기존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은 온오프라인 면세점과 무신사 같은 패션 플랫폼이었는데, 이후 더 많은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첫 직영 매장인 동대문현대아울렛점도 운영 중이다.

Q. 주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 고객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다.

B2B와 B2C 고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부서를 구분해 운영한다. B2B 고객은 전국 주요 상권의 안경원 대표들로, 지역별 담당을 두어 브랜드가 매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관리한다. 안경원마다 규모와 인테리어가 다르므로, 모든 매장에서 같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조닝’을 적용해 매장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일관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고 직접 제품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일반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Q. 퍼블릭비컨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바이럴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유와 효과는 무엇인가.

바이럴의 중심은 소비자의 소문이다. 브랜드가 갖춰야 할 것은 세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제품, 둘째는 시각적인 콘텐츠, 셋째는 언어다. 브랜드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세상과 대화한다.

나는 브랜드를 놀이공원처럼 생각한다. 팬덤이 형성되고, 소비자는 그 안에서 기념품을 사는 마음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그래서 청각적·언어적·시각적 요소를 모두 강화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감성을 빠르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퍼블릭비컨’과 ‘뮤지엄바이비컨’은 어떤 차이가 있나.

비컨플레이스는 디렉터 집단을 꿈꾸는 회사다. 한 명의 디렉터가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집단을 만들고 싶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퍼블릭비컨이다. 퍼블릭비컨은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와 문화가 바뀔 때마다 트렌드와 일상의 접점을 보여주는 패셔너블한 아이웨어 브랜드다.

뮤지엄바이비컨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한국에는 오랜 시간 이어질 클래식 브랜드가 없었다. 그 문제의식으로 시작해 1년간 준비했고, 2019년 하반기에 다섯 가지 모델을 선보였다. 반응이 좋았다. 뮤지엄바이비컨은 과거의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옛 감성과 기술을 오늘의 세련됨으로 풀어낸다. 50년 뒤에도 사람들의 사진 속에 남을 브랜드라는 의미를 담았다.

퍼블릭비컨(PUBLIC BEACON)은 젊음의 문화를 담은 브랜드다. 매년 선보이는 컬렉션은 동시대 젊은 세대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받아 탄생한다. 트렌디함 속에서도 웨어러블함과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비컨플레이스 / 한주희 기자]


Q. 더현대 팝업스토어를 퍼블릭비컨 단독으로 진행한 이유는.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했다. 그때는 B2C보다 B2B 시장이 활발했다. 창업 전까지 10년 동안 도매 유통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퍼블릭비컨도 처음엔 B2B로 기획했다.

지금은 B2B와 B2C의 경계가 없다. 우리는 소비자를 판매자와 구매자로 나눈다. 요즘은 소비자가 오히려 유통을 이끈다. 그래서 B2C와의 소통을 통해 B2B로 이어지도록 했다. 더현대 팝업스토어는 첫 시도였다. 전국 주요 매장으로 팝업을 확대해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기회를 늘리고 있다.

Q. 요즘 B2C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시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브랜드가 소통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그래서 퍼블릭비컨과 뮤지엄바이비컨은 지금 리브랜딩과 리뉴얼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B2C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보여주느냐에 있다고 보고, 시즌마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해 콘텐츠와 제품, 마케팅에 함께 반영한다.

2025년 퍼블릭비컨의 주제는 ‘타투’였다. 전쟁, 정치, 경제, 성별, 계층 같은 여러 갈등 속에서 자유를 바라는 젊은 세대의 감정을 담았다. 자유는 개인의 선택에서 온다고 생각했고, 그 상징으로 타투를 택했다. 그 이야기를 제품과 콘텐츠에 그대로 적용했다.

패션은 직감으로 결정된다고 본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이 바로 드러날 때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상상을 꾸미기보다 지금 세대가 느끼는 감정과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뮤지엄바이비컨은 자유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고, 1970~80년대 히피 문화에서 시작한 영감을 시즌마다 새롭게 선보이며, 브랜드의 젊음을 표현하고 있다.

뮤지엄바이비컨(MUSEUM BY BEACON)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 안정감과 완성도 높은 영 클래식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비컨플레이스 / 한주희 기자]


Q. B2B 고객 관리에서 말한 ‘브랜드조닝’은 어떤 개념인가.

요즘 매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우리 브랜드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장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매장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퍼블릭비컨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콘텐츠 팀이 직접 매장 분위기에 맞춰 조닝을 구성하고, 단독 섹션으로 브랜드를 표현한다. 손이 가는 작업이지만 매장 반응이 좋다.

Q.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남다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고정관념에 묶인 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다르다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름이 없으면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팀과 함께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움을 만드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Q. 그 남다름을 어떻게 기업 문화에 적용하고 있나.

회의를 자주 연다. 팀별 회의와 직급별 미팅을 꾸준히 진행하며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만든다. 회의가 길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해외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 그들은 자유롭게 일하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한다. 우리가 회의를 자주 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제품·마케팅·콘텐츠가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대화는 많을수록 좋다.

브랜드가 강하고 독창적인 브랜드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별화된 생각에서 새로운 시도가 나오고, 남다르지 않다면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Q. 사업을 하며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

코로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업계 전체가 멈췄고, 우리도 문을 닫을 뻔했다. 제품 개발에는 1년, 생산에는 3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코로나로 면세점이 모두 닫히면서 이미 만들어둔 물량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창업 초기에도 자본금이 두 달 만에 바닥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작은 회사는 성장하지 않으면 침몰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가가 조금만 올라가도 체감은 훨씬 크다. 높아지는 제품 퀄리티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생산 단가가 매년 10~20%씩 오르는데 소비자 가격은 쉽게 올릴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고가 브랜드와 간격이 좁아진다. 그래서 늘 치열하게 방법을 찾아왔다. 위기 때마다 모험을 버티는 힘이 회사를 이어올 수 있게 했다.

Q.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워치를 내놨을 때 기존 시계 업계는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3년 만에 판도가 바뀌었다. 지금 시계 산업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성장세가 멈췄다. 반면, 워치는 러닝, 골프, 수영 등 개인의 취미와 일상을 함께 담는 제품이 됐다. 아이웨어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아직 눈에 띄진 않지만, 기술이 곧 접목될 거라 본다. 우리는 직접 기술을 만들지는 않지만,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국내 시장을 안정시키고,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부터 시작해 국내와 비슷한 규모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싶다. 아시아 A급 유통처 3곳, 중형 규모의 국가 5곳, 소규모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5곳 정도를 더해 총 10~15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