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용선 출간 - 안중익

정명준 승인 2024.07.16 13:33 의견 0


안중익은 불교 전문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고, 불교에 조예가 깊은 작가다.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이력이 편편이 스며든 소설집이다.

불교적 세계관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소설이 여러 편 실려있는데, 데뷔작이자 표제작인 <반야용선>은 불교 설화 '반야용선'을 전면에 내세워 독자들을 불교적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 간다.

'반야용선'은 고통의 바다 너머 피안의 세계로 향하는 배를 의미한다. 반야의 지혜에 의지하며 번뇌에 찬 이승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정토로 건너가는 배, 불법을 수호하는 용이 이끄는 배가 반야용선이다.

이 작품도 설화의 내러티브를 따라 배처럼 흘러간다. 시점화자 '나'의 임사체험이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주인공의 비극적 가족사가 교차하다가 딸을 떠올리게 하는 여자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깨달음의 경지로 나아가는 전개 방식이다. 불교적 세계를 소설적 서사로 형상화하는 솜씨가 여간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경주 부석사 마애불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 펼쳐지고, 전각 기둥의 나부상 설화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 <색의 우화>도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이 외 <문턱>과 <엄마의 섬 산티아고>의 몇몇 등장인물에서도 불교적 사색이 우러나온다.
연극무대에 올려지디고 했던 <문턱>은 극적인 상황 설정으로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품고 요양변원으로 들어온 노인들이 서로 부대끼다가 하나의 유사가족으로 성장해 가는 유쾌한 소동극으로 읽히기도 한다. 소설과 연극의 랑데부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졌을지, 색다른 궁금증까지 불러일으키는 수작이다.

코로나 시대의 단절과 소외감을 다룬 <도어록>, 죽은 이를 현실로 불러오는 인공지능 기술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엄마의 섬 산티아고>, '나이듦'에 대한 감각적 사유가 두드러지는 <커튼> 등 작가의 폭넓은 관점을 8편의 이야기로 담아낸 소설집이다. 특히 불교적 세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안중익의 '반야용선'에 승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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