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는 그런 거예요. 끈끈한 네트워크를 뜻합니다.’
리브라이즈는 글로벌 교류의 장으로 전개 중인 GMSC(Global Membership Social Club)의 중국편 모임을 진행하였다. 이번 중국편에는 중국 관련 마케팅/유통 비즈니스를 22년째 진행하고 있는 ES미디어 그룹의 이상균 대표를 연사로 초청하였다.
GMSC 멤버들은 이상균 대표의 수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받고, 다양한 중국의 문화와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아래는 이상균대표와의 현장 토크 내용이다.
리브라이즈: 대표님, 많은 나라 중에 혹시 중국을 선택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상균: 저는 원래 LG산전, KT 등 기업에서 일했었는데 제가 KT에서 일할 때 중국에서 손님들이 오셨어요. 그런데 그 손님들 중 한국분이 있으셨고 그분이 중국의 드라마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는데 ‘이거다’ 싶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시장에 대해 알려준 분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하고 장충 TV와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그분과 쌀리툴이라는 베이징의 대사관 거리에 갔는데 어떤 청년들이 노래를 하고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청년들은 모두 연변에서 온 조선족들이었고 배경을 알게 된 동업자가 갑자기 가수를 키워보자 하더라구요.
미팅을 하면서 노래를 들어봤는데 가능성이 보여서 가수로 키워보자 결정했어요.
아리랑이라는 그룹으로 만들기로 하고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CCTV에서 청년 가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결정적인 사건이었죠.
청년가요제 결선은 3개월간 월-토 저녁에 3시간씩 CCTV에서 생방송을 하기 때문에 결선까지만 올라가도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르는데 이 친구들이 우승을 해버린 거에요.
중국은 발라드 가수를 우대하고 댄스 가수들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지어 아리랑은 한국어로 노래하고 장구춤을 추고 하는데도 우승을 해버렸습니다.
당시에 아리랑은 북경 길거리에서 모든 사람이 알아보는 스타가 됐습니다.
그때를 계기로 저의 엔터 사업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리브라이즈: 정말 드라마 같은 스토리에요.
중국 사업의 경우는 외교에 대한 부분과도 많이 연결될 것 같아요?
이상균: 맞습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일하고 한국의 연예인들과 중국 시장을 연결해주는 업무들도 많이 했었는데 2016년부터는 한한령이 생겨서 정말 크게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아리랑이라는 그룹이 잘 나가고 덩달아 저도 사업이 정말 잘 되고 있어서 중국에 건물도 올리고 있었고 한국에서 크게 엔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한한령으로 인해 한순간에 한국 기업들이 쫓겨나고 저희 회사도 크게 타격을 입었었죠.
한국 엔터사업에도투자하기로로 되어있었는데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환영받았었는데, 감시의 대상으로 뒤바뀐 순간이었어요.
한국과 중국을 계속 왕래했는데, 중국으로 가면 회사로 저를 찾는 전화도 많이 오고 세무조사 같은 것도 많이 받았어요.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중국은 외교적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입니다.
리브라이즈: 어려움이 많으셨겠어요. 중국 사업은 정치적 영향도 많이 받는 편이네요.
혹시 그럼 비즈니스에 있어서 중국이 한국과 다른 점이나 문화차이 이런 것들도 있을까요?
이상균: 일단 많이 들어보셨을 관시문화에요.
일부 한국분들은 관시 문화가 부정부패 관련 문화라고 생각하시는데 관시는 진짜 인맥 네트워크의 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국은 비즈니스를 할 때 사업이나 아이템에 대해서도 검증하지만 그 일을 할 사람에 대해서도 꼭 검증을 거쳐요. 진짜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믿는 사람의 검증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이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는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끈끈해요.
이 문화를 잘 아셔야 하는데요, 절대로 소개 해준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것을 하려고 하는건 안 좋아요.
‘관시는 그런거에요. 끈끈한 네트워크를 뜻합니다.’
리브라이즈: 관시문화가 저희가 흔히 말하는 접대나 이런 문화의 느낌이 아니라 진짜 찐 인맥 네트워크를 뜻하는 거네요. 혹시 또 다른 비즈니스 문화도 있을까요?
이상균: 중국은 대국 문화가 강해요. 관시 문화에서도 약간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이런 거 까지 다 오픈하는 대인배다’ 이런 느낌이 있어요.
중국에서 비즈니스 할 때 세부 내용을 조율하러 만나서 도장을 찍어야 하니까 양쪽이 다 급할 텐데도 절대 티를 내지 않습니다. 속으로는 초조하지만 절대 상대방에 티를 내지 않는 거죠.
‘나는 크게 상관없어’ 이런 마인드로요.
그리고 중국은 투자에 대해서 내가 돈을 투자하면 상대의 투자를 받기가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요. 한국에서는 시장조사, 컨설팅 등에 도움을 주고 사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만 해도 되지만 중국은 본인이 투자를 해야 해요.
본인의 투자 없이 상대편 투자를 끌어내긴 매우 어려운 편이에요.
리브라이즈: 현재 한국은 IT산업이 많이 발전했는데 중국도 그런가요?
이상균: 중국은 사실 제가 처음 들어갔던 2000년대 초반에도 전기자전거를 타던 나라에요.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IT로 모든 게 이뤄지는 느낌이에요.
중국에서는 지갑은 없어도 되지만 휴대폰 보조배터리는 꼭 챙겨야 할 만큼 모든 게 휴대폰 하나로 이뤄져요. 심지어 거지도 위챗페이로 동냥을 받을 정도니까요.
한국은 현금에서 카드, 카드에서 페이 문화로 넘어오고 있지만 중국은 카드라는 중간 고리가 없었어요. 현금에서 페이 문화로 바로 넘어가면서 급격한 변화를 이뤘죠.
그리고 이 변화들이 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요.
리브라이즈: 페이 문화나 이런 도입들이 전반적인 영향을주고 있나요?
이상균: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중국은 오프라인 시장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뤄집니다.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기전 시착을 해보는 정도에요. 이커머스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왕홍들도 많아진 거고요. 중국에서 현재 왕홍들의 힘은 어마어마해요.
리브라이즈: 그럼, 지금 중국의 이커머스 산업은 거의 왕홍과 같이 해야 한다고봐야 할까요
이상균: 거의 그러한 셈이죠.
제가 하는 일도 한국의 기업과 왕홍들을 연결해주는 일이일이고요대기업들도 결국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커머스를 해야 하니까요.
리브라이즈: 왕홍들이 가지는 파워가 생각보다 크네요?
이상균: 네 맞아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매우 큰 편이고 거기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니까요.
지금 중국은 라이브 커머스를 왕홍과 함께 단막극으로 제작을 하려고 할 만큼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에요.
리브라이즈: 중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크고 중국에서의 왕홍은 한국의 연예인들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균: 네 맞아요. 한국의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유튜브나 인스타로 활동하는데요.
중국은 인스타나 유튜브가 없다 보니 샤오홍슈, 도우인(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이커머스시장으로 진출하고 싶어서 연락이 오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리브라이즈: 그럼 중국에서 사업 파트너를 찾을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이상균: 중국 사업은 혼자서는 힘들어요. 그래서 함께 할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해요.
무조건 돈부터 가져와라 샤오홍슈 계정 선투자를 해야 한다는 업체들 말고 진짜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회사가 한국에도 있는 곳, 그리고 한국분과 하시는 게 좋아요.
그리고 중국은 자국민 보호정책이 강한 나라에요. 자국민이 우선인 거죠.
소송도 쉽지 않고, 어려운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은 주의하시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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