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실패를 통해 발전한다. 델타이에스는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 공학 기반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통해 잠재적 문제들을 검증한다. 각 기업이 가진 다양한 과제를, 기술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회사를 키울 수 없다고 원영수 대표는 말한다. 그는 다양한 조직을 거치며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느꼈다. 기술만큼이나 사람을 이야기하며,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힘이 회사의 바탕이라면, 합리적 보상과 신뢰로 사람을 지켜내는 것이 지속성의 원천이라고 전한다.
델타이에스가 제조업 전반을 상대할 수 있는 이유도, 작은 규모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구성원 각자가 고객의 필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원영수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델타이에스 원영수 대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 델타이에스는 CAE 공학 시뮬레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토탈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주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멘스 DISW의 Tier 1레벨 채널 파트사로서, 지멘스 DISW의 시뮬레이션 및 테스트 시스템인 반도체 측정 장비와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고객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술 지원을 함께 제공하고, 설계 최적화나 시뮬레이션 자동화 같은 서비스까지 이어간다. 고객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대로 재현해 원인을 찾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측정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그것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부천 본사에서는 사업 전체 운영을 관리한다. 부설 기술연구소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으며, 천안 충남지식산업센터에 세일즈 오피스를 두어 중부지방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기술연구소 산하에는 전력반도체 수명 가속 시험을 통한 신뢰성 평가기술 센터를 별도로 꾸렸다. 구성원 대부분이 공학 박사·석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2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Q. 구성원이 12명이지만, 산업 전반에서 활약한다.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별 응용 분야가 서로 달라 보여도 결국은 유사한 물리적 현상의 법칙에서 만난다. 열이 전달되는 문제, 공기와 같은 기체와 물과 같은 액체가 흘러가면서 발생하는 문제, 기계·반도체 같은 부품이 오래 사용되었을 때 얼마나 버티는지와 같은 예상 수명 예측 및 안전성, 피로로 인한 파손 문제, 물체가 움직일 때 생기는 동역학적인 문제들, 기계장치의 진동소음 또는 유체의 고속 흐름으로 인한 공력 소음, 기계적 진동으로 인한 문제들, 화학 반응, 전자기장 등의 문제까지 다 따져보면 결국 몇 가지 방정식 계열로 풀 수 있다. 그 기초 지식을 제대로 갖추면 반도체에서 항공, 우주, 방산, 발전 등 산업 종류 관계없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산업마다 쓰는 용어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객과 대화하려면 그쪽 용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산업에 연관된 고객의 제품을 공부하고 용어를 익히며, 관련 최신 기술과 논문을 보며 연구한다. 이렇게 해야 각 산업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고객과 이야기가 통하고, 결과적으로 제조업 제반을 지원할 수 있다.
Q. 현재 어떤 파트너십과 사업을 운영하나.
우리는 Siemens DISW의 Simcenter 제품군 채널 파트너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객사의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고 있으며,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불리는 전력반도체 수명 가속 측정을 통한 신뢰성 평가기술과 장비, 반도체 열저항 및 접합 온도 측정 장비, 전자 소재의 열 물성 측정 장비 등을 공급한다. 이와 함께 공학 기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고객의 요구에 맞춰 교육과 기술 지원, 설계 최적화, 측정 결과와 시뮬레이션 결과 간 오차를 줄이는 오토 캘리브레이션 API 개발, 시뮬레이션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까지 진행한다.
미래 사업을 위해 AI 플랫폼 기반 해석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프리세일즈 단계에서는 기술설명과 제안 활동을 함께 맡아 고객의 필요를 정확히 짚어내려고 한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두산 등 주요 기업에 협력사로 등록돼 있으며, 매년 약 10차례 전시회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고 학회와 협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Q. 사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과정을 거쳤나.
항공공학을 전공했다. 기회가 되어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기계공학과에 전임강사로 약 4년간 근무하며, 연구와 교육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후 삼성종합기술원에 있던 중공업 연구소에 들어가 현재의 K9 자주포 포신을 연구했다. 연구 자체는 의미 있었지만, 매일 세상이 무섭게 변하고 바뀐다고 하는 IT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삼성SDS로 옮겨가서 GIS의 시설물관리, 병렬처리 슈퍼컴퓨팅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을 맡았다. 또한 삼성 그룹웨어 ‘싱글스’에 들어가는 보안솔루션을 선정하여 적용하였고, 삼성자동차 기술연구소의 슈퍼컴 시스템, 초고속 사내 네트워크, 자동차 개발 응용 소프트웨어 선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기술뿐 아니라 영업과 마케팅까지 접하며 사업 전반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Q. 그 후 창업과 현재 사업까지 과정은 어땠나.
삼성에 근무하는 동안 알게 된 미국계 외투기업의 제안을 받아 한국지사를 설립했고, 초대 한국본부장을 5년간 맡았다. 글로벌 본사와 협업하며 사업 운영을 배웠고, 그 경험으로 후배들과 함께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을 세웠다. 직접 제품개발을 진행했고, 이 제품으로 꾸준히 영업한 결과 이듬해 큰 매출을 올리며 성과를 냈다. 그러나 동업하던 후배들 간 갈등이 생기면서 회사를 둘로 나누어 각각 나눠주었고, 나는 업계를 떠나 전혀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사업은 경험이 없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관리 문제를 안겨주었고, 결국 3년 6개월 만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다시 복귀해 당시 국내 최대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이었던 ATES에서 기술연구소장 겸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ATES 사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시면서 퇴사를 결심했고, 독립해 델타이에스를 설립했다. 사업 초기에는 취급하던 제품들이 잇따라 인수합병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멘스 DISW의 자동차 전장부품 및 전력반도체 측정 장비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며 회사를 안착시켰다.
Q. ‘CAE 공학 시뮬레이션’을 쉽게 설명한다면.
제품을 만들기 전이나 제작 과정에서 컴퓨터 속 가상 시험을 먼저 돌려본다. 실패가 일어날 수 있는 점을 미리 찾아내서 반영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라면, 다양한 각도로 떨어뜨리는 충격 시험을 실제로 수십 번 할 필요 없이, 낙하 충격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해 취약한 부분을 먼저 찾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강하거나 소재를 바꾸는 개선안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액정강화유리 접합도 마찬가지다. 흔히 슈퍼크리스탈레진(LOCA, Liquid Optically Clear Adhesive, 액상 광학 투명 접착제)을 얼마나, 어떤 모양으로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액정에 임금 왕(王) 자 모양 또는 X자 모양 등으로 접착제를 도포하고 강화유리를 올린 후 UV로 경화시키는데, 이는 접착제 용량과 패턴에 따라 액정과 강화유리 내에서 접착제 퍼짐이 달라진다. 접착제가 강화유리 가장자리로 넘치게 되면, 이에 대한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별도의 세정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공정을 없애기 위해 직접 실험으로 해결하는 경우 정확한 도포량과 도포 패턴 확보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CAE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개발비용, 개발시간, 시행착오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결과적으로 제품을 더 빨리 내놓을 수 있으며 원가도 낮추고 품질까지 올릴 수 있다. 즉, 제품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ROI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Q. 적용이 가능한 산업 범위는 어떻게 되나.
우리가 지원하는 범위는 전 제조 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은 기본이고,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수소차, UAM 같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도 포함된다. 전기, 전자, 항공 우주와 방산, 조선·해양 분야도 있고, 건설이나 토목, 화공, 발전 플랜트, 에너지 유틸리티 및 각종 소비재 산업까지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의료, 제약, 식음료나 바이오 심지어 안전 산업에도 공학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바이오 배양실 또는 음압병동의 압력을 어떻게 설계, 유지해야 오염이 유입되지 않는지를 검토한다. 결국은 제조업 전반을 지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
Q. 기업 사례도 다양할 듯하다.
우리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고객사의 난제를 해결해 왔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노광설비 공정 중 이물로 인한 수율 불량 문제를 직접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해결했다. 파주 LCD 공장에서는 공조·유동 해석을 통해 전력 사용을 약 30%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랙 단위에서 룸 전체까지 열 유동을 정밀하게 해석해 안정적인 냉각 기류 공급과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운영 방안을 확보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전력반도체 가속수명시험을 통해 드라이빙 사이클별 열 발생 과정을 측정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신뢰성 향상 방향을 제시했다. 원전에서는 복수기 열교환관 세척 설비 문제를 FSI 기술을 적용한 3D 최적 설계로 대체해 시험 운전에 성공했다.
생활 분야에서도 물 절감형 양변기 개발을 지원하며, 연간 수천만 톤의 물을 아낄 수 있는 초절수 양변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기업과 발열 최적화 과제를 수행했고,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의 효율화 설계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의 강점은 문제를 실제와 똑같이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실행이 가능한 개선안,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고객에 전하여 설계, 개발, 제조 과정은 물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바꾸는 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Q. 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는 해외 원전의 냉각 장치 중 복수기 열교환관 세척설비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당시 해외 대형 업체에 맡기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었다고 전해졌었지만, 국내 기술로 해결해야 하는 요청으로 인해 우리가 참여하게 됐었다. 우리가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확보한 새로운 개념의 설계 장치로 기존 장치를 철거하고, 새로운 방안을 제안해 시험 운전에 성공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원청업체인 한전기술과 CTCS 국내 개발 업체와 많은 회의 등을 통해 함께 얻어낸 결과였지만, 국내 기술로 문제를 풀어냈다는 점, 그리고 우리 역량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Q. 인재 발굴과 보상에 관한 경영철학이 중요한 요즘이다.
채용을 매우 신중하게 한다. 함께 일하기로 결정되면 그 순간부터는 전적으로 신뢰하고 끝까지 함께 간다. 주인의식을 억지로 요구하기보다는 합당한 연봉과 성과급을 통해 동기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스스로 인정받고 보상을 충분히 받을 때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그래서 회식 같은 자리로 분위기를 억지로 띄우는 대신, 차라리 그 비용을 급여나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특히 젊은 세대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가 빠르고 현실적이다. 이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주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도록 하면 스스로 더 발전하려고 움직인다.
구성원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개인의 삶과 회사의 성장이 함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길게 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경영철학이자 인재에 대한 철학이다.
Q.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는 토탈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전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 현재 규모는 작지만, 인원을 확충하고, 부족한 기술 영역을 보강해 더 큰 과제를 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투자나 M&A 같은 선택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에서 인재를 키우고,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