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해운은 전 세계 곳곳으로 식품을 운송하는 기업이다. 25년 동안 다양한 식품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 온도, 신선도 유지, 계절에 따른 변동 관리 등 까다로운 요구 사항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식품 운송 산업은 예측할 수 없다. 풍년으로 인한 과잉 생산,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 부족 등 수확량 외에도 기상이변, 병해충 확산, 정부 정책 등으로 인해 화물의 종류와 양이 시시각각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영운 대표의 역할은 예측이 어려운 물류 상황에서 각 지역의 변동을 살피고, 식품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운송 과정을 조율하는 일이다.

그는 25년 동안 고객과의 신뢰를 지켜오며, 식품 운송의 기본을 꾸준히 지켜왔다. 덕분에 식품은 제때, 제자리에 최적의 상태로 도달해 다양한 식탁 위에 오른다. 백영운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진성해운 백영운 대표. 운송업계에서 27년 종사한 그는 10년 동안 직장 생활 후 진성해운을 설립했다. 주로 해상, 항공 등으로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수출입 식품 이동, 검역, 통관을 돕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진성해운’은 어떤 회사인가.

해상·항공으로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수출입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복합운송주선업이다. 주로 식품을 취급하고,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안전하게 이동 검역 통관 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비행기로 가거나, 배로 가거나 철도, 트럭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체리와 같이 빨리 상하거나 산패되는 식품은 비행기를 이용하지만, 수산물이나 냉동 야채처럼 무겁고 양이 많은 화물은 비행기 운송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주로 배를 이용한다. 이렇게 해상 운송을 하는 화물과 항공 운송을 하는 화물은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다. 지역 특성상 중앙아시아처럼 내륙에 자리한 곳은 기차나 트럭을 이용해 운송해야 한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운송 업계에서 27년 정도 일했다. 10년 동안 직장인 생활을 했고, 17년 6개월 동안 회사를 운영했다. 직장인은 회사의 상하관계 문화, 식품 통관과 운송에 맞지 않는 복잡한 결재 절차, 화주보다는 수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영업 범위가 제한된다. 그래서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자율적인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어 이 길을 선택했다.

Q. 생각한 대로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었나.

영업부와 업무부가 분리되어 있는데, 영업부에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려고 한다. 업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도록 독려하는 편이다. 거래처와 미팅이 있다면 굳이 출근을 사무실로 하지 않는다거나, 끝나면 바로 퇴근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 진정한 신뢰만이 직원의 책임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Q. 주 고객층이 궁금하다.

주 고객층은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대상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식품을 유통하는 기업과 기관이다. 우리가 해외에서 식품을 운송해 오면, 이들은 밀키트나 팩으로 재생산하여 대형마트나 식당 등에 공급한다. 대형 시장이나 식재료 상에 납품하는 중·소매 무역상도 주 고객이다.

Q. 고객관리 방법은 무엇인가.

고객관리 방법은 한 가지다. 남들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정확한 날짜와 정확한 시간에 물건을 운송해서 통관시키는 것이 전부다. 지금까지 약속을 잘 지키고, 뱉은 말은 주워 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해 왔다. 견적서를 잘 못 넣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약속은 약속이기에 반드시 지켰다.

Q. 운송 노하우가 궁금하다.

안전과 효율성을 위해 국제 규격 컨테이너를 사용하며, 식품을 최상의 상태로 보관하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안 황토 고구마를 독일 베를린으로 운송한다고 하면 45일 정도 소요되는데, 그 45일 동안 적절한 온도 조절과 환풍을 통해 상하지 않게 관리한다.

농작물의 수확 시기도 고려한다. 양파, 마늘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수확해 다음 해 3월에 섭취한다. 약 1년 동안 보관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습득해서 컨테이너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변의 농사짓는 분들과 교수님들께 자문한다.

Q. 새롭게 준비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식품 운송 산업은 예측할 수 없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선구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중국에서 수입하던 배추를 어떤 해에는 오히려 수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풍년으로 인한 과잉 생산 해소를 위해서다. 또한 미국이 허리케인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과일에 피해를 보았을 경우, 한국에서 과일을 공급받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냉장·냉동식품 보관창고를 보유할 계획이다.

Q.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각국의 농업 시장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 농협 시스템에 접속해 올해 농작물 수확량을 꼼꼼히 확인한다. 생산량이 소비량의 2%만 부족해도 단가가 2배 오르며, 3%가 부족하면 거의 3배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철저한 분석적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새벽에 가락시장에 방문한다. 시장을 한번 쭉 둘러본 다음 상인분들과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현장의 분위기와 업계 동향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올해는 태풍이 안 와서 과일값이 저렴하며 재고도 많다. 과잉 재고는 유통 시세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배를 수입하고 있다. 음료에 갈아서 사용되는 B급 낙과가 없기 때문이다. 배 생산이 풍년이라고 해서 음료 공장에 납품되는 원자재도 넘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수입 가능성을 고려해 사전에 대응책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신뢰, 두 번째는 정직이다. 사훈 역시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의미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돌이켜보면, 17년 6개월 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끊임없이 왔고, 모든 것을 놓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직원,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이 나와 이 회사를 지탱해 줬던 것 같다.

창업 후, 한 해도 적자였던 적이 없고 지금은 사업이 안정됐지만, 초기에 약속한 대금을 주지 않은 거래처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거래처에 미지급금을 정해진 날짜에 지급하지 못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미리 전화를 걸어 “일주일만 기다려 주시면 그때까지 꼭 정리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념을 굳히게 되었다. 이를 증명하듯 주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과는 지금도 함께하고 있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결국 다 무너졌다.

백영운 대표가 사훈 ‘무신불립(無信不立)’ 붓글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라는 의미로, 진성해운은 지난 17년 6개월 동안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며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추구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기부였다. 사회가 나에게 기회를 주었기에 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기부금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면 어디든지 힘을 보태고 있다. 결식아동, 위기가정 등 취약 계층을 위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리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또한 나 혼자 좋은 차 사고 배부르고 놀러 다니고 싶지 않다. 17년 6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식구가 된 직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다. 그들이 회사를 이어가고 나는 뒤에서 받쳐주며 오래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회사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