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무역상사 ‘아시안푸드컨넥트’가 개발한 수출 플랫폼 ‘푸딜(Foodil)’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 절차가 복잡하거나 전담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제품등록부터 거래 제안, 물류 연계까지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푸딜에는 현재 약 450개 식품 제조사가 입점해 있으며,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냉장·냉동 가공식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등록돼 있다. 바이어 자체 검증을 통해 운영하며, 한 지역에 한 업체만 배정하는 시스템으로 거래 안정성을 높였다.
오는 8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푸딜 베트남 공식 론칭 행사가 열린다. 현지 셀러와의 협업을 통해 베트남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수출입 확대와 지역 파트너십 강화에 나선다.
아시안푸드컨넥트 김효길 대표. 그가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리에서 의미를 느끼며, 다같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아시안푸드컨넥트]
Q. 처음 식품 무역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음료 기업에서 5년간 해외 영업을 맡았었다. 알로에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수출했고, 해외 박람회에도 자주 참가했다.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던 중, 기존에 거래하던 해외 바이어들이 먼저 연락해 한국에서 필요한 제품이 있으니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이 반복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현재는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으로 품목이 늘었고, 상온, 냉장, 냉동 제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가 해외 시장을 조금만 고려해도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Q. 어떤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주력 분야는 무엇인가.
아시안푸드컨넥트는 식품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무역상사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문 무역상사로 지정됐다. 국내 식품 제조사의 제품을 해외에 유통하며,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진출이 적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반복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자체 수출 플랫폼 ‘푸딜(Foodil)’을 개발했고, 푸딜은 제품등록, 발주, 계약 서류, 물류까지 수출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Q. 기존의 식품 무역이 재외 교포를 대상으로 한 판매에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아시안푸드컨넥트의 방향성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고 있나.
1세대, 2세대 식품 무역 종사자들은 주로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영업해 왔다. 실제로 그 시장만으로도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국 식품이 아직 많이 진출하지 않은 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에 눈이 갔고, 그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홍콩 등 이른바 5대 수출국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유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진입 초기부터 수요가 분산된 지역에 집중한 이유다.
Q. ‘푸딜’은 기존 이커머스나 수출 대행 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
푸딜은 B2B 식품 수출에 맞춰 개발된 플랫폼이다. 일반 이커머스 플랫폼은 소비자 대상 판매에 집중하며, 제품 사진, 마케팅을 우선에 둔다. 수출 대행은 중개 업체가 일부만 맡고 나머지는 제조사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푸딜은 제조사가 직접 제품을 등록하고, 바이어가 이를 열람해 바로 거래할 수 있다. 등록, 발주, 계약 서류, 물류까지 전 과정을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바이어와 판매 방향을 같이 고민하고, 제품이 현지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챙긴다.
Q. 푸딜을 이용한 수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푸딜을 통한 수출은 제조사가 셀러로 등록하면서 시작된다. 사업자 인증을 거친 뒤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바이어가 이를 열람할 수 있다. 바이어가 관심 제품에 대해 문의하거나 발주를 요청하면 거래가 이어진다. 이후 계약서, 통관 서류, 물류 연계까지 절차가 순서대로 진행되며, 대부분 온라인에서 처리된다. 해외 영업 인력이 없는 중소기업도 복잡한 절차 없이 수출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실제로 수도권은 물론 지방 기업들도 푸딜을 통해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Q. 최근에는 케이컬처, 케이뷰티, 케이푸드 등 이른바 ‘K 브랜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나.
과거에는 제품 자체의 품질로 거래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이라는 이름이 신뢰의 기준이 되고 있다. 콘텐츠, 드라마, 음악 등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이미지가 식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전에는 제품 설명부터 시작해야 했다면, 이제는 바이어가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K-브랜드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
2022년 남아공 바이어와 MOU 체결식. [사진=아시안푸드컨넥트]
바이어는 어떤 절차로 제품을 탐색하고, 거래를 진행하게 되나.
바이어는 검증 절차를 거쳐 선별하고 있다. 수가 많다고 해서 거래가 원활한 것은 아니다. 한 제품을 여러 바이어가 동시에 취급하면 분쟁이 생길 수 있기에, 한 지역에는 한 바이어만 배정하고 있다. 현재는 사우디, 쿠웨이트 등 중동, 멕시코·브라질·칠레·도미니카 등 남미, 베트남·브루나이 등 동남아에서 활발히 거래 중이다. 2023년 8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사를 세워 잠비아, 모잠비크 등으로 수출 범위를 넓히고 있다.
Q. 푸딜에는 현재 몇 개의 국내 식품업체가 입점해 있나.
현재 푸딜에는 약 450개 국내 셀러가 입점해 있다. 상온, 냉장, 냉동 등 유통 방식에 따라 다양한 품목이 등록되어 있다. 누구나 입점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사업자 등록증 제출은 기본이며, 자체 신용조사 과정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업체만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바이어와 마찬가지로 셀러도 품질과 신뢰를 갖춘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Q. 플랫폼을 이용한 셀러들의 반응이나 수출 성과가 궁금하다.
푸딜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거나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은 셀러로 등록할 수 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신제품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어, 셀러와 바이어 모두에 기회가 열린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4천 개 식품 제조사가 새로 생기고, 유통 MD들 사이에서도 신제품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인천의 ‘청정식품’은 고춧가루를 생산하는 연 매출 800억 원 규모의 기업이지만, 수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푸딜을 통해 해외 거래가 성사됐다. 김치 시즈닝을 만드는 중소기업도 푸딜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납품을 시작했다. 우리는 입점 기업으로부터 샘플을 받아 시식 평가를 진행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외 선적에 포함한다. 현지 반응이 긍정적이면 정식 발주로 이어진다.
Q. 운영 중인 자체브랜드에 대해 소개해달라.
현재 운영 중인 자체브랜드는 식자재 전문 ‘예스셰프’와 수산물 브랜드 ‘씨팜’이다. 두 브랜드 모두 OEM 방식으로 생산되며,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냉장·냉동 제품으로 품목을 넓히고 있다.
Q. 플랫폼 운영과 브랜드 개발을 병행하려면 내부 인력 구성도 중요할 것 같다. 현재 인력 규모와 개발 인력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본사에는 외주 인력과 물류 인력을 제외하고 총 6명이 근무 중이다. 이 중 개발 인력이 2명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 1명, 마케팅 담당자가 1명 있다. 현재 채용 플랫폼을 통해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Q. 베트남 시장 진출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오는 8월 5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푸딜 베트남 론칭 행사가 열린다. 베트남 셀러가 먼저 플랫폼에 가입했고, 이후 콜롬비아 바이어의 발주로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이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셀러 모집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수출입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베트남은 농수산 자원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낮아 식품 경쟁력이 높다. 현지 원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도 생산되고 있어, 베트남 제조사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는 파트너사와 함께 현지 운영을 준비 중이다.
Q. 회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푸딜은 식품 무역을 쉽고 편하게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제조사, 운송 인력, 내부 구성원, 현지 파트너,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목표로 하며, 그 바람을 웹사이트와 제품에 담았다. 더 많은 기업이 푸딜을 통해 해외 진출 기회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은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를 느끼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 대신 구성원이라는 표현을 쓴다. 지금까지는 식품 수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