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하나로 전국 1만 개 뷰티숍과 한 달 80만 건의 방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있다. ‘공비서’는 네일숍, 미용실 등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원장들을 위한 예약·고객관리 서비스다. 매장에서는 예약부터 고객 응대, 매출 관리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고, 고객은 원하는 매장을 쉽게 찾고 예약할 수 있다.

처음에는 B2B 서비스로 시작해 빠르게 성장했고,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B2C 앱으로 확장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공비서를 만든 ‘헤렌’의 장진웅 대표는 공대 출신으로, 창업 전 1년 동안 네일숍에서 직접 일하며 뷰티 업계를 경험했다. 그는 조직도 서비스처럼 자율과 책임, 몰입 위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속도는 달라도 스스로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방향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결국 모든 걸 바꾼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헤렌' 장진웅 대표는 네일숍, 미용실 등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원장들을 위한 예약·고객관리 서비스 ‘공비서’를 운영하고 있다. 공비서는 고객 관리 걱정을 제로(0)로 만들어준다는 의미로, 예약 관리부터 신규 고객 유입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학생 때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창업을 생각했고, 어떤 분야로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남성이 뷰티 분야에 도전하는 일이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친구들은 대기업 취업을 준비했지만, 나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길에 관심이 많았다. 22살에 학교를 휴학하고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100명 넘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돌리고, 여러 뷰티숍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용학원에 등록해 자격증을 땄고, 네일숍에서 1년간 청소부터 시작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경험했다.

당시 매장에서 겪었던 예약, 고객, 매출 관리의 불편함이 계속 남아 있었고, 이걸 기술로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공비서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Q. 뷰티 플랫폼이라는 분야도 의외다. 이 분야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뷰티 플랫폼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여성 중심 업종에 남성이 들어가면 눈에 띌 수 있겠다는 마케팅 관점의 생각이 있었다. 남성이 뷰티 업계에서 어떤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Q. 원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직접 부딪혀보는 편인가.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시작할 때는, 최소한 그 일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무에 대한 감각 없이 지시만 하는 사람의 말은 설득력이 있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먼저 현장을 경험하려 한다.

나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 이해하려는 편이며, 설문조사나 자격증 취득, 뷰티숍 청소까지 해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개발이나 마케팅과 같은 업무를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고 직접 조율한다. 개발을 하지는 않지만, 공대 출신으로 코딩을 해본 경험이 있어 개발자와 기술 논의를 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Q. ‘공비서’라는 이름이 특이하던데, 이건 어떤 의미인가.

네일아트를 배우며 했던 셀프 네일 사진을 ‘공대남의 네일아트’라는 제목으로 네이트판에 연재했다. 언발란스한 조합이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오늘의 판’에 선정되며 댓글 100여 개가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때의 ‘공대남’과 ‘비즈니스 서비스’를 결합해 ‘공비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현재는 ‘공’을 ‘제로’로 해석해, 샵의 부담을 줄이는 서비스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장진웅 대표가 2014년 네이트판에 ‘공대남의 네일아트’라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 이 시기에 네일아트를 직접 하고 배우며 1급 자격증을 딴 경험은 헤렌을 창업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사진=헤렌]


Q. 주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현재 본사가 운영하는 핵심 서비스는 ‘공비서’다. ‘공비서 원장님’은 네일숍, 미용실 등에서 예약, 고객, 매출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여러 채널에서 들어오는 예약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고, 예약금 안내나 알림 기능으로 노쇼를 줄일 수 있다. 고객 방문 이력과 매출 정보도 자동으로 정리된다.

여기에는 운영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공비서스토어’가 연동되어 있다. 필요한 제품을 따로 검색하거나 비교하지 않아도 플랫폼 안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어, 매장 운영이 간편해진다. 작년 4월에는 일반 고객이 직접 미용실이나 네일숍을 예약할 수 있는 B2C 앱을 출시했다. 공비서 원장님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수 매장이 자연스럽게 입점해 있어, 고객은 앱을 통해 쉽게 매장을 찾고 예약할 수 있다. 현재 약 1만 개의 뷰티숍이 공비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월간 예약 건수는 약 80만 건에 달한다. 공비서는 뷰티숍과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Q. 공비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

공비서의 주요 고객층은 전국의 네일숍, 미용실 등 오프라인 뷰티숍을 운영하는 원장님들이다. 특히 1인 숍이나 소규모 매장처럼 인력이 제한된 곳에서 공비서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예약, 응대, 매출 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직접 처리해야 하므로, 하나의 시스템에서 모든 기능을 다룰 수 있는 공비서의 통합 관리 기능이 실용적으로 작용한다.

고객관리는 서비스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매월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직접 매장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전화와 카카오톡을 비롯한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 문의와 요청을 받고 있으며, 접수된 피드백은 내부에서 정리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Q. 고객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고객 피드백을 주요 운영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일주일간 수집된 ‘고객의 소리’(VOC)를 확인하고, 각 팀이 내용을 정리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공비서를 사용하는 샵은 약 1만 곳이며, 월간 예약 건수는 약 80만 건에 이른다. VOC는 주간 기준 수백 건 규모로 수집되고 있다.

Q. B2B 사업에서 B2C로 확장한 이후에는 운영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

B2B는 사용자마다 요구가 다르다. 기능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조율이 필요하다. 반면 B2C는 더 빠른 속도로 기능을 제공하고, 반응을 확인한다. 개발 주기도 짧고, 프로덕트 운영과 의사결정 속도도 훨씬 빠르다. 보기에는 상반된 요구처럼 보여도, 안쪽에는 공통된 필요가 존재한다. 그런 지점을 파악해 누구에게나 적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다듬고 있다.

Q. 입점 샵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B2C 플랫폼 출시 전, 약 한 달간 기존 B2B 고객에게 사전 안내를 진행했다. 예상보다 많은 원장님들이 관심을 보였고, 현재는 약 3천 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전체 B2B 고객의 약 30%에 해당한다. 지금의 과제는 입점 이후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켜 매장에 효과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Q. 최근 공비서 앱에 매거진 기능을 도입했다.

뷰티숍에서는 시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게 생성된다. 특히 네일아트처럼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는 활용도가 높다. 이를 매거진 형태로 정리해 노출하면 검색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공비서 플랫폼 자체로 유입되는 경로도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건강한 조직 문화다. 회사의 성장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며, 문화는 그 기본이 된다. 조직 운영의 핵심 가치는 몰입, 지적 겸손, 이타심이다. 몰입은 주어진 업무를 넘어 스스로 주도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리더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매월 타운홀을 열어 회사의 방향과 목표를 공유한다. 직급 관계없이 누구와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지적 겸손은 타인의 의견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타심은 팀 내 협력과 지식 공유를 통해 함께 성장하려는 자세다. 이 세 가지 가치가 곧 조직의 문화이며,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헤렌은 구성원들에게 일을 시작하기 전 일의 본질을 고민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회의 시 참석 인원을 8명 이하로 제한하고, 권장 시간을 30분으로 하며, 자료는 회의 12시간까지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몰입’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개념인 만큼,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몰입, 지적 겸손, 이타심을 핵심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360도 다면 평가를 시행하며, 동료, 리더, 본인 간의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의 태도와 역량을 점검하고 있다.

평가 외에도 구성원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몰입 정도를 살펴보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문제의 본질을 고민한 흔적이 있는지에 따라 태도의 깊이가 드러난다. 실제로 몰입도가 높은 구성원은 예상하지 못한 점까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Q. 이런 기준들은 어디서 영향을 받나.

조직 문화나 리더십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이전에 읽은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규칙 없음』, 『하드씽』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군주론』처럼 인문학에서도 리더십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실제로 고민하면서 책을 읽으면, 더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Q.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자율’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에서도 자율은 높은 인재 밀도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재 밀도가 없으면 자율이 아니라 무책임한 자유가 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도 채용에서부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몰입도 결국 외부의 강제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 이유에 공감할 때 진정한 몰입이 이뤄진다고 본다.

근무 형태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재택근무는 신청만 하면 가능하며, 사무실 출근 여부도 본인이 결정한다. 다만 이런 운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유지될 수 있다. 아직 완성된 조직은 아니지만, 높은 인재 밀도와 자율성을 갖춘 팀으로 성장해 가고자 한다.

Q.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키워가고 싶나.

먼저 지금 하는 일을 더 깊이 있게 다지고 싶다. 현재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과제는 ‘공비서 원장님’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키는 일이다. 예약, 고객관리, 매출 확인 등 매장 운영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끊김이 없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 출시한 B2C 앱 역시 중요한 과정이다. 고객이 원하는 매장을 쉽게 찾고, 예약까지 빠르게 마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순화하고 사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K-뷰티숍과 해외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오프라인 뷰티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플랫폼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언젠가 ‘뷰티예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공비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