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이치이앤티(SHENT)는 지난 22년간 내시경 부속기기와 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제조·공급하며 의료 현장을 지원해 온 기업이다. 서승일 대표는 러시아와 자메이카에서 10년을 주재원으로 지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부딪히며, 신뢰가 없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후 미국 의료기기 회사 한국지사에서 경험을 쌓으며, 의료 산업에서 직접 승부를 보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그 시작이 지금에 이른 것은 배운 것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태도와 때마다 주어진 운 덕분이라고 말한다. 서승일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서승일 대표는 러시아와 자메이카에서 해외 비즈니스 경험을 쌓고, 미국 의료기기 기업 한국 지사 근무를 거쳐 2004년 에스에이치이앤티를 설립했다. 그는 22년간 내시경 부속기기·소모품 제조와 공급에 전념하며, 품질과 신뢰로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에스에이치이앤티’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충남 논산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성실한 농부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서 일했는데, 당시 산업 현장이 활발했음에도 대학을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별을 크게 느꼈다. 그래서 야학에 다니며 공부했고, 독학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들어가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졸업 때쯤 소련이 개방되면서 운 좋게 모스크바 주재원으로 나가게 됐고, 이후 자메이카까지 합쳐 10년 동안 해외에서 근무했다.
귀국했을 때 IMF가 터져 어려운 시기였지만, 미국 메디컬 제조사의 한국지사에서 총괄자로 일하며 5년간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2004년에 내시경 부속기기와 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제조·공급하는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20년 넘게 내시경 분야 수입과 제조에 전념하고 있다.
Q. 사업을 22년째 이어오고 있다. 오랜 시간 내시경 분야를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책상 하나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지금까지 왔다.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 배운 것을 놓치지 않고 실행에 옮긴 것, 그리고 운이 따라준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내시경 치료 재료 수입업, 내시경 수리업, 의약품 도매업, 내시경 치료 재료 제조업을 모두 운영하고 있다. 내시경 관련 장비와 소모품에 집중해 조직 검사 기구, 용종 절제 기구 등을 생산하고 일부 제품은 수입해 판매한다. 환자의 몸에 직접 닿는 내시경과 보조기기는 의료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능한 내시경 전문의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의료진이 배우러 올 정도로 기술력이 높다. 섬세한 시술 기법과 다양한 테크닉을 갖춘 K-의료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한국의 건강검진 체계도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직장인 대상 2년 주기 건강검진 확산으로 내시경 수요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으며, 한국 내시경 기구는 글로벌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Q. 내시경 장비와 소모품의 제조부터 A/S까지 운영하면서 지닌 경쟁력은 무엇인가.
소화기내과에서 사용하는 내시경 장비와 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3년 전 클린룸을 준공해 제조를 병행하며 품목을 확대했다. 클린룸에서 세척과 포장을 전담해 위생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품 A/S에도 주력해 병의원이 불편 없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연구개발로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품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과 협력해 부품을 개발·수급하고 있고, 4년 전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에 있던 30년 된 의료기기 공장 ‘텔레메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같은 내시경 분야를 다루는 회사로, 과거에는 수입하던 곳이었다.
Q. 고객층과 관리 방식은 어떻게 되나.
주 고객층은 내시경 장비를 보유한 내과, 건강검진센터, 종합병원이다. 이미 100여 곳이 넘는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며 신뢰를 쌓아왔고, 제품라인업을 확대해 왔다. 서울·수도권은 직원이 직접 방문해 의사들의 피드백을 듣고, 지방은 대리점을 통해 관리한다.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제품을 소개하는 과정은 제품 이해도를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강화한다. 국내 주요 대형 병원들이 고객으로 있으며 고객 소개도 활발하다. 국내외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수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Q. A/S와 제품 공급 과정에서 회사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그리고 고객 응대다. 서울·경기 지역은 직원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피드백을 듣고 제품 개선에 반영한다. 지방은 지정 대리점을 통해 판매한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일부 반제품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클린룸을 통해 위생 관리와 포장을 철저히 한다. 내시경 장비가 인체에 직접 닿는 만큼 위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의료기기는 위생이 생명이다. ‘클린룸’이 어떤 역할을 하나.
의료기기는 인체에 삽입·접촉되기 때문에 청정도가 유지돼야 한다. 우리 클린룸은 10만분의 1 클래스 기준을 적용한다. 공기 1세제곱미터당 먼지가 10만 개 이하로 유지돼야 하며, 작업자는 손발을 씻고 멸균 가운과 모자를 착용한 뒤 입장한다. 반도체 공장과 같은 개념으로 관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만 제조 허가가 나오기 때문에 클린룸은 필수다. 세척과 포장, 멸균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Q.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품목이 있다면.
상부 내시경, 하부 내시경에 이어 췌장·담도 부위에서 사용하는 ERCP 기구를 개발 중이다. 결석 제거나 담도암 치료에 쓰인다.
Q. 앞서 언급한 미국 내 공장을 국내로 이전하면서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한국 의사들은 미국 연수를 많이 가기 때문에 미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크다. 생산은 한국에서 진행해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미국 브랜드 이미지는 유지할 수 있어 해외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 미국과 남미를 주요 수출 목표로 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협력업체와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AI 기술은 현재 검토 단계지만, 향후 내시경 영상 분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22년간 사업을 이어오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어려움이 있었다면.
특별히 한 순간이라기보다 감사하게도 평탄하게 지내왔다. 코로나 시기에는 매출이 잠시 주춤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고, 때로는 매출이 두 배로 성장하기도 했다. 지난 22년 동안 직원 급여를 단 한 번도 미룬 적이 없었고, 어려울 때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지급했다. 그런데 최근 퇴사한 직원 문제로 처음 노동청 조사를 받으며 뜻밖의 경험을 했다. 오래 함께한 직원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컸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경영자로서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직원 개개인의 기대와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지 고민하는 것이 결국 회사 운영의 과제라는 점을 느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소통과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스에이치이앤티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흔들림 없는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지난 22년을 돌아보면 결국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환경에서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올리는 것,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환자의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에 품질은 타협할 수 없다. 동시에 글로벌에서 경쟁하려면 가격 경쟁력도 놓칠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늘 고민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이 결국 회사의 힘이 된다. 그래서 정기적인 교육을 이어가고 있고, 매년 워크숍을 열어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갈등도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며 조직이 단단해진다고 믿는다.
회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책상 하나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수십 명의 직원이 함께한다.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경영자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과 그 가족들이 제 어깨 위에 있다는 책임감으로 단 하루도 가볍게 회사를 운영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제가 지켜온 원칙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서 신뢰를 얻고, 내부에서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Q. 앞으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품질은 계속해서 높이는 것이다. 의사들이 서로 추천할 만큼 신뢰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제품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늘고 있다. 미국 공장을 국내로 이전해 본격적인 생산을 준비 중이다. 미국과 중남미 의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