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기업, 캡쳐. 윤영복 대표에게 개발은 일이나 직업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초등학생 시절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직접 만들어 상을 받던 그때부터, 그는 생각한 건 바로 해보는 사람이었다. 반도체 기술을 다루며 20년 넘게 쌓은 경험은 ‘홍채인식용 카메라 모듈’과 ‘지폐 감별기 모듈’ 같은 기술로 이어졌다.
지금도 새로운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 4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3년 연속 수출탑을 수상했다. 완벽한 준비보다 ‘해보는 것’을 우선하는 개발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으로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온 창업가. 윤영복 대표와 캡쳐의 행보는 멈추지 않는 개발의 기록이다. 윤영복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캡쳐 윤영복 대표. 캡쳐는 2022년에 백만 불, 2023년에 이백만 불, 2024년에 삼백만 불 수출의 탑을 연이어 수상했다. 윤영복 대표는 1,000만 불 수출의 탑이 목표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내는 일에 열정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1970년대 초, 초등학생 때 직접 만든 트랜지스터라디오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때의 성취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198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일본 전자 기술을 연구하면서 반도체 분야에 집중했고, 20년 넘게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전자제품을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기술, 그리고 늘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결국 2007년 첫 창업으로 이어졌다. 회사를 매각한 뒤 잠시 쉬었지만, 다시 뭔가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캡쳐를 만들었다. 만드는 일이 내게는 여전히 가장 큰 즐거움이다.
Q. 어릴 때부터 발명에 흥미가 많았다고.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다. 오래 고민하거나 계획을 세우기보다, 직접 해보면서 방향을 잡는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는 메모해 두고 다음 날 다시 시도해 본다. 그렇게 쌓인 기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늘 남들보다 먼저 해보려는 성격이라, 떠오르면 바로 실행한다. 지금까지의 특허들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Q. 아이디어는 어떤 계기로 떠오르나.
억지로 고민할 때보다는 일상에서 불편한 걸 느낄 때 떠오른다. ‘이걸 어떻게 하면 편할까?’, ‘이걸 이렇게 바꾸면 좋겠다.’ 같은 생각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그렇게 나온 생각이 시제품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Q. 현재 운영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현재 홍채인식 모듈의 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모듈은 금융 단말기, 출입 통제 시스템, 의료기기 등에 사용된다. 회사는 전자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도와 인식 속도를 높인 제품을 공급 중이며,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해 왔다. 최근 일본 기업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금속과 자원을 회수하고, 재생 배터리로 전환하는 공정을 연구 중이다.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Q. 창업 후 첫 기술이 홍채인식이었다고.
그때 당시에는 지문 인식이 많았다. 그런데 지문은 복제가 쉽다는 걸 알게 됐다. 눈은 바꿀 수 없으니까, 홍채인식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흥미로 시작했는데, 실험하다 보니 가능성이 보였다.
Q. 당시엔 홍채인식 기술이 흔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처럼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도 아니었다. 다들 그게 가능하겠냐고 했다. 그래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홍채를 촬영하고 패턴을 분석해 코드로 바꾸는 실험을 반복했다.
Q. 그 기술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졌나.
군과 공공기관에서 관심을 가졌다. 그때는 보안 기술을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사례가 많지 않았다. 직접 납품까지 이어졌다.
Q. 그 후에도 여러 기술을 개발해 왔다고.
인식 기술을 다루다 보니 보안이란 게 기술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홍채인식 이후에는 지문, 안면, 정맥 인식으로 확장했다.
Q. ‘지폐 감별기 모듈’은 무엇인가.
지폐 감별기 모듈은 ATM이나 환전기, 은행 장비 등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이다. 권종을 인식하고, 위폐 여부를 판별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기술보증기금의 평가를 받았고, 현재는 주로 ATM용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본 후지쓰 제품이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국산화됐다. 우리가 개발한 모듈은 초당 약 10장의 지폐를 앞뒷면으로 스캔할 수 있다. 인식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 중국의 주요 은행에도 납품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노틸러스효성 같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Q. 개발자 출신 창업자는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으로 확장한 이유는.
처음에는 기술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알아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이 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직접 현장으로 나가 사람들의 불편함을 보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떤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지를 확인하면서 제품을 만들었다. 사업이라는 건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Q. 주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 고객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주 고객은 해외 시장에 있다. 특히 중국과 홍콩이 주요 수출 지역이다. 2007년부터 2년간 베이징에서 살며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중국에서는 다양한 사업가를 만나면서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생겼고, 거래로 이어졌다. 기술력에 관심이 높아서 현지 요청으로 여러 제품을 개발해 수출했다.
고객관리는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기술이나 제품보다 중요한 건 배려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대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억지로 영업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약속을 지키고, 불편을 최소화하고,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면 그게 신뢰가 된다. 나는 그걸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을 지키다 보면 결국 고객이 찾아오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Q.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다. 머릿속에 이걸 만들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본다.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해봐야 문제를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음 아이디어가 생긴다. 지금도 공장에서 용접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나에게 개발은 평생의 일이다.
캡쳐 윤영복 대표가 특허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캡쳐는 현재 4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홍채인식용 카메라 모듈’과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수출탑을 수상한 일이다. 그때 우리 기술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구나 싶어 뿌듯했다. 기술력과 노력이 평가받았다는 점이 가장 보람이었다.
Q.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은 장기적인 투자다. 단기 성과 중심의 지원보다, 꾸준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수출기업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 발굴, 판로 개척, 수출 금융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
Q. 현재 새롭게 시도하는 분야가 있다면.
배터리 재활용이다. 처음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에너지 효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버려지는 걸 다시 쓰는 것도 기술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시장이 있었다.
Q.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나.
배터리는 보통 폐기할 때 완전히 버린다. 하지만 내부 셀 중엔 여전히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걸 분리해 재조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독일, 베트남 등에서 문의한다. 실제로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효율이다. 버려지는 배터리를 다시 쓸 수 있게 하면 자원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력이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Q.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개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일단 해봐야 부족한 점이 보이고, 그걸 고치면서 성장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가 쌓여야 비로소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Q. 앞으로 계획이나 구상이 있다면.
앞으로는 홍채인식 기술을 더 많은 분야에 활용하고 싶다. 키오스크나 보안 장비, 나이 든 분들이나 장애인처럼 디지털 기기를 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 음성 인식과 결합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중요한 과제다. 버려진 배터리를 다시 쓸 수 있도록 자원을 회수하고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스마트팜 분야에도 관심이 크다. 요즘 인건비 부담이 크다 보니 농업에서도 자동화가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 지금은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염분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장치를 개발 중인데, 농민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기술로 완성하고 싶다. 목표는 1,000만 불 수출탑이지만, 사실 상보다는 기술이 사람들에게 실제로 쓰이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만든 기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가장 큰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