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의 카페, 매장, 거리 전광판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눈에 익숙한 이 화면들 뒤에는 전문기업의 기술이 있다. 바로 ‘디지털사이니지’다. 광고와 정보, 안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솔루션이다.
이 분야에서 기획부터 제작, 설치, 유지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기업이 있다. 주식회사 시스메이트다. 약 100명의 구성원과 함께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기술력과 디자인, 그리고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 왔다. 정종균 대표를 만나 그가 그리는 오늘과 내일을 들었다.
시스메이트는 디지털사이니지와 키오스크, LED 전광판을 직접 개발하고 제조하는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이다. 김동협 대표는 기부 키오스크와 디지털 체험 교육사업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실현하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시스메이트’는 어떤 기업인가.
‘시스메이트’라는 이름에는 기업의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사업의 첫걸음을 뗀 것은 2009년이다. 이후 2013년에 법인을 설립한 뒤 기업부설연구소와 제조공장을 세우고 ISO9001 인증을 취득했다. 이어 LG전자 디지털사이니지 유통 계약과 한솥도시락 전국 매장 공급 계약을 성황리에 마쳤다. 그때부터 회사 경영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영상정보디스플레이장치 부문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생명 전국 사옥 사이니지 공급 계약, 정보통신공사 면허 취득, 서울형 우수 강소기업 선정, 하이서울브랜드 선정,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선정 등 여러 성과를 이뤘다. 이후에도 나라장터 영상정보디스플레이장치 품목 계약, 네이버 사옥 전 층 사이니지 공급, 도요타와 렉서스 사이니지 공급 계약,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인증, CE·FCC 인증 취득,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정까지 이어졌다.
Q.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나 주요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다양한 성과를 낸 뒤 현재까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LED 안내전광판 성능인증 획득, 2024년 중소기업 유공자 포상(국무총리 표창), 조달청 품질보증조달물품 지정(인터랙티브화이트보드), 녹색기술인증 및 녹색기술제품확인(LED 안내전광판), 2024 강소기업 선정(고용노동부), 2024 우수벤처기업 선정(지속성장·일자리 분야) 등의 결과를 얻었다.
주요 제품은 디지털사이니지, 키오스크, LED 전광판을 비롯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솔루션이다. 솔루션부터 하드웨어까지 직접 개발·제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사업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도 언젠가 장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고, 카세트테이프와 삐삐를 팔아본 적도 있다. 군 제대 후 잠시 직장생활을 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사업에 대한 꿈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웹 개발자로 일하던 형이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동안 쌓아 온 경험 덕분에 영업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웹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Q.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언제였나.
지금 떠올려보면 파란만장한 30대였다. 지방에서 월세 20만 원짜리 작은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레퍼런스 하나 없는 상태에서 제안서만 만들어 콜드메일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곳저곳 발로 뛰며 일감을 찾아다니던 시절이었다. 한 달에 잘 벌어야 50만 원에서 100만 원이었다.
서울에서 영업해야 했지만, 집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신혼이던 한 형님이 방 한 칸을 내줬는데, 그 마음이 지금도 고맙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기러기 생활을 했다.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먹고살 만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유행하던 ‘망고식스’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개발했는데, 대표가 스크린에 메뉴판을 띄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개발은 성공했고, 마침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 제품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행운과 감사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Q. 구성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연봉 1위 기업이 목표다. 현재 함께 일하는 식구는 95명이다. 구성원들이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지길 바라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도서 구매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구성원들과 함께 책을 써서 출판한 적도 있을 만큼 배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복지로는 한화리조트와 리솜리조트 같은 대형 리조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녀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레저데이’라고 해서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했지만,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바로 퇴근하는 구성원이 많았다. 그래서 새로 기획한 복지가 동호회 제도다. 매달 금요일에 두 시간 일찍 퇴근해 동호회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류, 스포츠, 영화 등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졌고, 구성원들 간의 끈끈함이 깊어지면서 사내 분위기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시스메이트 사내 쇼룸. 시스메이트는 디지털사이니지와 키오스크, 전광판을 직접 개발하고 제작한다. 기술은 기본이고, 디자인 감각과 완성도에서 차이를 만든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경영철학에 담긴 사회공헌의 의미는.
수익을 내면서 사회에 공헌할 방법이 무엇일지 오래 고민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기부 키오스크’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다. 예를 들어 서울시청에 설치된 기부 키오스크는 방문객이 천 원 정도를 넣으면 옆 화면에서 간단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형식이다. 기부자는 참여의 기쁨을 느끼고, 회사는 설치 과정에서 일정 부분 수익으로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비슷한 사업도 연구했다. 나이가 많은 노년층은 흔히 말하는 ‘디지털 포비아’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를 돕기 위해 관공서와 협력해 교육용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카페, 영화관, KTX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 UI와 UX를 직접 분석했고, 실제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제작했다. 완성된 기기는 경로당과 복지관 등에 설치해 노년층이 안내에 따라 직접 결제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매출이나 수익이 큰 사업은 아니지만, 그만큼 보람이 크다. 구성원들도 이런 프로젝트에 의미를 두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회사로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정부 정책에 바람이 있다면.
‘수출바우처’라는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큰 혜택을 얻었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업 비용의 70%를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으로, 부담 없이 해외 출장이나 영업, 마케팅 등 수출 관련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서울시와 코트라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사업체와 해외 기업을 매칭해 주는 정책이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바이코리아’나 ‘고비즈코리아’와 같은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우리 사업에 관심 있는 해외업체와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바라는 정부 정책이 있다면 자율경제표시구역 제한을 완화해 주었으면 한다. 삼성역 코엑스 앞 곡선형 LED 전광판을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제품을 출시하려면 여러 제약이 따른다. 세부적인 사항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는 신고제 방식으로, 제작 후 설치 의사만 전달하면 쉽게 마무리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절차가 조금 더 유연해지길 바란다.
Q. 새로운 향후 목표와 계획은.
해외로 뻗어나가고 싶다. 과거에 몽골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실적이 미미해 좌절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작년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두바이에 있는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됐다.
해외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시장이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국가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답은 기술력이다. 소량 생산이더라도 고객의 니즈에 맞는 고품질 맞춤형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우리가 주목하는 해외 시장은 중동,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다. 중동은 자금력이 풍부한 국가들이 많아 가장 뜨거운 시장이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빠르게 성장 중인 신흥국이어서 시기에 맞춰 진출한다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