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쿡’은 고깃집과 밥집의 조리 환경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기업이다.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 복잡한 설비 관리로 불편을 겪던 현장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정리해 냈다. 업소용 로스터와 인덕션을 전문으로 다루며, 한국식 BBQ 문화를 세계로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남현목 대표는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다. 고객이 어떤 점에서 불편을 겪는지 직접 듣고, 개발 단계부터 생산라인까지 꼼꼼히 챙긴다. 그는 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움직인다. 기술보다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 온 태도가 지금의 세이쿡을 만들었다. 남현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이쿡은 로스터와 인덕션을 직접 설계·생산하며 요리하는 환경을 더 효율적이게 바꿔왔다. 남현목 대표는 품질과 고객, 혁신을 강조하며, 좋은 기술이 결국 좋은 식문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사진=세이쿡]


Q. 세이쿡은 어떤 기업인가.

세이쿡은 이름 그대로 ‘맛있게 요리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회사는 고깃집(Korean BBQ Style)과 밥집(솥밥)의 조리 환경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술력과 디자인을 결합해 두 분야의 시장을 새롭게 열고 있다. 현재는 업소용 로스터와 인덕션을 전문으로 다룬다.

현재 세이쿡은 업계에서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입지를 다졌으며, 삼성, 현대, 아워홈, 봉피양, 강강술래 등 다수의 대기업과 외식 브랜드가 세이쿡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Q. 제품은 어떻게 개발되고 생산되나.

세이쿡은 ‘원스톱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정을 사내에서 직접 진행한다. 기술개발팀에서 아이디어 회의와 테스트를 거쳐 제품이 설계되고, 완성된 도면은 생산팀으로 전달되어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생산 과정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이어진다. 레이저컷팅기로 철판을 자르고 외형을 재단한 뒤, 절곡기를 거쳐 형태를 잡는다. 선반 작업대에서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정밀하게 가공한다. 숙련된 전문가들이 컴퓨터 속 도면을 현실로 구현한다. 완성된 금형은 프레스에 장착되어 부품을 생산하고, 부품은 후공정을 거쳐 조립팀으로 전달된다. 조립팀에서 최종제품으로 완성된 뒤, 검수를 거쳐 고객에게 안전하게 배송된다.

세이쿡 작업 현장. 제품 구상부터 설계, 제작,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사내에서 직접 진행한다. 기술진이 도면 한 장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며, 작은 부품 하나까지 자체 기술로 완성한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세이쿡의 대표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 상품은 ‘누룽지 밥돌이’다. 이 밥솥은 취사 시간이 7분대로 짧아 빠르게 솥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하나의 인덕션으로 일반 솥, 스테인리스 솥, 돌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은 하향식 로스타다. 정밀한 설계를 통해 필터를 위쪽에서 분리할 수 있어 청소 시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된다. 관리가 훨씬 수월하고, 숯불 착화도 앉은 자리에서 가능하다. 숯불을 밖에서 피워 옮길 필요가 없어 인건비 절약과 공간 활용에도 효율적이다.

이외에도 상향식 로스타, 어소기(야끼바), 돌사각 로스타, 상향식 후드, 후드 박스, 불판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주력 제품 누룽지 밥돌이. 7분 만에 완성되는 솥밥으로 주방의 회전율을 높인 제품이다. 하나의 인덕션으로 다양한 솥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세이쿡]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고품질 구이 설비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러나 기존 제품은 불편하거나 유지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풍량 설계, 청소와 유지보수의 불편함은 고깃집 운영자들에게 큰 고민이었다. 이런 점을 개선한 제품을 개발하면 시장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BBQ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자’라는 비전도 있었다. 이를 실현할 기술력과 열정을 갖추고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작은 큰아버지 회사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출발했지만, 중국 시장에 관심을 두고 약 20년 전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중국 법인을 세우고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사드(THAAD) 문제 등 외교적 이슈로 어려움을 겪으며 철수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위기 상황을 맞았다. 여기에 중국의 관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후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현지 지사를 설립할 정도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Q. 사업을 하면서 ‘이건 정말 쉽지 않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을 텐데.

앞서 말했듯이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는 곳이 밥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절에는 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으면서 우리 회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거의 사업장을 접을 뻔한 순간이었다. 신규 오픈은커녕 전 세계적으로 요식업이 멈춰 있었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찾는 고객도 사라졌다.

그래도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생각으로 역발상에 나섰다. 오히려 그 시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약 50억 원의 자금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특허를 냈다. 그 결과 2023년부터는 다시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회사가 힘들긴 했지만, 단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도 받지 않고 우리 자본으로만 버텼다. 쉽지 않은 시기였지만, 그 시간을 스스로 힘으로 이겨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Q.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 세이쿡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인증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현지 지사가 있기 때문에 인증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고, 그것이 더 큰 성장을 불러왔다. 또한 미국 거래 시스템을 다이렉트 방식으로 구축하면서 기존에 미국과 거래하던 대형 기업들보다 한발 앞설 수 있었다. 일본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세이쿡은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으로 그들과의 경쟁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좋은 기술과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가치관이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세이쿡 쇼룸 전경. 모든 제품은 사내 기술개발팀의 연구를 거쳐 생산돼 품질 관리와 납기가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경영에 있어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원칙은.

우리 회사는 품질, 고객, 혁신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품질 중심은 모든 일의 기본이다. 제품의 성능과 내구성,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반영해 설계하고 제작한다. 고객 중심은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고객이 실제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개선한다. 혁신과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원칙이다. 에너지 전환과 환경규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발맞춰 끊임없이 새로움을 시도하고, 환경 부담이 적은 제품을 만들어간다. 이 철학은 제품 개발은 물론 조직 운영과 협업 문화 전체에 담겨 있다.

Q. 정부 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가 다음과 같은 지원과 제도 변화를 추진해 주었으면 한다. 중소기업 조리 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한 R&D 지원과 기술 개발 보조금이 확대되면 좋겠다. 환경규제 기준을 완화하고 전환 보조금제도를 시행해 주길 바란다. 연기와 미세먼지 저감 설비로 전환할 때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무역 금융 지원, 박람회 참가 지원, 해외 인증 지원 제도도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표준 규격 마련과 인증 제도의 체계화다. 제품 간 호환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화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력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 지원도 빠질 수 없다. 조리 설비 기계, 전기, 환기 관련 기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 마련된다면 업계 전반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이런 제도적 지원이 중소기업들이 계속해서 혁신하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Q. 현재 산업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조리·외식 장비 산업에서는 여러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친환경과 무배출, 저배출, 연기, 미세먼지, 유해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비의 배출 제어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화와 스마트 제어에도 집중하고 있다. IoT, 센서 기반 모니터링, 자동 제어 시스템 등이 장비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또한 소형화와 모듈화 시스템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공간 제약이 있는 매장이나 가정용 수요가 늘면서, 무겁고 큰 장비보다 모듈형·경량화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재료비와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원가와 유지비 절감 압박이 커지고 있으므로, 장비 역시 효율 중심의 설계가 필수다. 동시에 글로벌시장 진출과 현지화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 음식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 지역의 전력, 가스 규격, 위생 법규 등을 반영한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Q.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세이쿡은 앞으로 스마트 로스터와 모듈형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제품라인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해외 전시회 참여를 늘리고, 현지 법인과 제휴사를 통해 글로벌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유지보수 구독 서비스와 성능 분석 서비스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준비 중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과 협업 프로젝트, 미디어 노출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연구개발 인력을 보강하고 생산 설비와 품질관리 체계를 한층 고도화한다. 친환경 인증 확대,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 재생 자재 사용 확대도 추진 중이다. 세이쿡은 외식 조리 환경과 문화를 새롭게 바꾸는 기업으로 성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