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빅테크는 30여 년 동안 제조 현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기업이다. 금형과 주조 같은 뿌리산업에서 CAM·CAE 기술로 출발해, 이후 MES(제조실행시스템)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으로 성장하면서 산업의 진화를 함께 이루어 냈다. 산업 현장에는 공정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직업교육 현장에는 실습 기자재와 가상훈련 시스템을 제공해 기술 현장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IMF 시절 회사를 이끌게 된 김부섭 대표는 국산 제조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꿨다. 지금의 큐빅테크는 투명한 경영과 구성원 참여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기술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김부섭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큐빅테크 김부섭 대표. 1991년 첫 직장으로 큐빅테크에 입사해 36년째 함께하고 있다. 그는 자체 기술로 CAM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해 ICT와 MES 등 다양한 분야로 성장했다. 현재는 AI 전환에 주력하며,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 한주희 기자]
Q. 큐빅테크와 36년을 함께했다.
서울공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에 큐빅테크에 입사했다. 큐빅테크가 첫 직장이다. 당시 회사는 창립 단계였고, 카이스트의 ‘CAM Lab.’과 공동으로 CAM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다. 국산 기술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뜻이 있었고, 일본 제품에 종속돼 있던 기술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생활을 위해 일을 시작해야 했던 시기였고, 자립 기술을 먼저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마침 선배의 제안을 받아 큐빅테크에 합류하게 됐다. 당시에는 큐빅테크가 자체 제품을 갖추지 못한 시기였다.
Q. ‘CAM 시스템’은 무엇인가.
캐드(CAD)로 설계된 데이터를 캠(CAM)으로 변환해 기계가공 데이터를 추출하는 시스템이다. 캐드는 설계 도구이고, 캠은 제조 도구다. 그래서 캐드캠(CAD/CAM)이라고 묶어 부른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도 기술이 초기 단계였고, 한국 시장은 거의 일본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일본 종속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1992~93년쯤 자체 제품을 출시했고, 산업계와 직업교육기관에 공급했다. 지금도 산업시장과 교육시장이 우리의 사업 부문이다.
Q. 큐빅테크의 사업 구조가 자리 잡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1990년대 말 IMF가 있었다. 매출이 반토막이 나고, 부채가 연 매출을 넘길 정도로 어려웠다. 인원도 줄어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이전 사장님이 경영을 위임하셔서 1998년부터 대리로 경영을 맡게 되었고, 1999~2000년을 거치며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범용 CAM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였고, 개발 인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벤처붐이 일었고, 그 시기는 기회였다. 특화된 CAM 시스템, 스페셜라이즈드 CAM을 개발했고, 생산기술연구원 주조팀과 함께 주조 해석용 CAE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이 두 가지가 회사를 살릴 돌파구였다. 벤처붐에 힘입어 외부 기관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2000년 전후로 기보캐피탈과 현대증권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Q. 그 이후 큐빅테크의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나.
그때부터 CAM 중심이던 사업을 ICT, MES(제조실행시스템) 쪽으로 확장했다. 국가적으로 정보화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던 시기였다. 큐빅테크는 ICT와 MES 시스템을 새로 개발해 산업 현장에 공급했다. 1990년대에는 Omega, Z-Master CAM으로 중소기업과 자동차 금형 부문 현대, 대우, 기아 등에 솔루션을 제공했다.
2000년대에는 금형과 주조 산업에 특화된 3D Pro CAM을 개발해 일본 대형 자동차 차체 금형 제작업체 100개 사 이상에 진출했다. 국내 차체 금형 업계도 대부분 이 시스템을 사용했다. 또 주조 산업에는 Z-Cast를 공급해 다이캐스팅 시장에도 자리 잡았다.
2010년대에는 MES 개발을 본격화했고, 2015년부터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Q. 최근에는 AI 중심으로 전환 중이라고 들었다.
최근 2~3년은 AI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의 고도화 단계인 자율형 공장 사업에서는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작년 1기 사업에 이어 올해 2기 사업에도 참여 중이며, 전국 20개 수요 기업이 선정돼 각 기업에 솔루션 공급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큐빅테크는 공정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등 뿌리산업 분야의 자율형 공장 구축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지난해에는 우수사례로 표창을 받은 섬유업계 아이디모드의 DX 전환사업을 공급기업으로써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신임 한성숙 장관의 현장 간담회에도 초청됐다.
Q. 교육 사업도 오래 이어져 왔다.
1990년대에는 Omega CAM, V-CNC 시뮬레이터를 폴리텍, 공업전문대, 특성화고 등 전국 1,000여 개 직업교육기관에 공급했다. CNC(컴퓨터수치제어기)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공작기계로, 실제 장비는 비싸고 쇠로 쇠를 깎다 보니 굉장히 위험하므로, 가상으로 제작해 훈련할 수 있는 버추얼 시스템을 만들었다.
당시 공작기계 한 대가 1억 원이 넘는 고가장비라 학교에는 1~2대밖에 없었고, 학생들은 충분히 실습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시스템을 활용해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2000년대에는 일본 폴리테크닉 칼리지에 대규모로 진출했고, 국내 자동화 장비 적용 확대를 계기로 메카트로닉스 시뮬레이터, 로봇 시뮬레이터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용산철도고등학교에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철도 기술 메타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스마트팩토리 자격증 시험 대비 교과에도 큐빅테크 버추얼 실습 기자재가 활용될 예정이다.
Q. 주요 고객층은 어떤가.
큐빅테크는 35년 동안 산업 현장과 함께 기술을 쌓아 왔다. 산업계에서는 금형, 가공, 주조, 다이캐스팅 분야를 시작으로 현재는 식품, 화학, 섬유업계 등 3~400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기존 고객의 신규 솔루션 개발과 확장 프로젝트, 유지보수 사업이 꾸준히 이어진다. 현재 고객 비중은 신규 25%, 기존 75%로, 거래의 대부분이 오랜 고객과 이어지고 있다.
직업교육 분야에서는 대학, 폴리텍, 특성화고 등 1,000개 이상의 기관과 협업하고 있으며, 8개 분야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기능장 자격시험에서도 큐빅테크의 시스템이 활용된다.
Q.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산업 부문에서는 AI를 활용한 품질 및 공정 예측 중심의 디지털트윈 구축으로, 자율형 공장을 지향하고 있다. 산업별, 기업별로 제조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직업교육 부문에서는 철도 기술의 디지털트윈 기반 메타교육시스템을 확대하고, 스마트팩토리 자격증 실습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Q. 경영철학을 듣고 싶다.
사내 민주주의에 근거한 투명한 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직원들이 회사의 일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사원지주제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 투자기관이 보유하던 지분은 모두 인수해 구성원들에게 배분했으며, 현재 20여 명의 사원 주주가 5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Q. 다양한 복지 제도가 인상적이다.
구성원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성과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 이를 위해 회사의 이익은 전 직원이 함께 나누고 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평가를 진행하여 기업의 수익을 임직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PS(Profit Share)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목표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연말에 휴가를 준다. 보통 12월 21일에서 24일 사이에 종무식을 열고,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7~8년 전부터는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대학원 진학을 지원해 왔다. 우리는 솔루션을 개발해 제조기업이나 직업교육기관에 보급하고 있다. 이 일은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일하려면 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산업 부문에서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고도화해 자율형 공장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품질 이상과 공정 변동을 사전에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생산라인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관제 시스템과 관리자용 버추얼팩토리(Virtual Factory) 환경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교육 부문에서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실습 기자재와 스마트팩토리 자격시험용 장비를 확대해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