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니는 형제가 함께 세운 자율주행 로봇 기업이다. 오랜 창업 약속을 현실로 옮긴 뒤, KAIST 석박사 출신 개발진과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핵심은 3D 라이다 기반 자기 위치 추정 기술. 덕분에 넓고 복잡한 현장에서도 별도 인프라 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한다. 주력 제품 ‘나르고 오더피킹’은 이미 21개 물류센터에서 생산성 향상을 입증했다.
북미와 일본 진출을 준비하는 트위니는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목표는 단 하나, ‘자율주행 로봇’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는 것이다. 트위니 천영석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가 트위니 대전본사에서 주력제품인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 오더피킹'의 사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트위니]
Q. ‘트위니’를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형과 나는 함께 일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어왔다. 형인 천홍석 대표는 KAIST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자율주행 로봇을 연구했고, 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재무관리와 기업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자율주행 로봇은 천홍석 대표의 연구 주제이자 역량이 쌓인 분야였는데, 어느 날 나에게 창업을 제안하며 200페이지 분량의 창업 계획서를 보여주었고, 그것이 트위니의 시작이 되었다.
Q. 트위니는 ‘자율주행 로봇’을 핵심 기술로 삼고 있다. 트위니 로봇이 가진 기술적 특징은 무엇인가.
트위니의 로봇은 3D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자기 위치 추정 기술을 강점으로 한다. 이를 통해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마커와 같은 별도의 인프라 없이 목적지를 원활하게 찾아갈 수 있다. 인프라 초기 설치 비용이 들지 않으며, 지게차와의 교행이나 적재물의 유무 등 환경 변화에도 상황에 맞게 움직이며 장애물을 회피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Q. 다른 자율주행 로봇 기업과 비교했을 때, 트위니만의 강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트위니의 강점은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자기 위치를 정확히 추정해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수한 인력이다. 자율주행 로봇 개발 회사는 많지만, 이러한 기술력을 갖춘 곳은 사실상 트위니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KAIST 석박사 출신 15명을 포함해 다수의 우수 개발 인력이 트위니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물류에서 활용되고 있는 트위니 나르고 오더피킹 [사진=트위니]
Q. 트위니 로봇이 사용되고 있는 주요 산업군은.
트위니 자율주행 로봇은 물류 이송을 위한 것인 만큼, 사람을 대신해 물류를 운반하는 목적으로 물류자동화와 공장자동화에서 쓰이고 있다.
Q. 비즈니스로 만나는 주요 고객사는 어떤 곳들이 있나.
트위니의 주요 고객사는 용마로지스, 한익스프레스, 팀프레시, 커버로지스, 참물류, 아가방앤컴퍼니 등이다. 이들은 화장품, 생활잡화, 의류, 의약품 등을 취급하며, 현재 모두 주력 제품인 나르고 오더피킹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물류센터 근로자가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작업을 쉽고 정확하게 수행하도록 지원하며, 2023년 5월 출시 이후 국내 21개 물류센터에 공급됐다. 도입 이후 업무 질 개선과 효율적인 작업 환경 구축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버로지스 물류센터에 활용 중인 트위니 나르고 오더피킹 [사진=트위니]
Q. 고객사와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고객사와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용 목적의 명확성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장비라도 목적이 불분명하면 결국 방치될 수 있으며, 이는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도 직결된다. 트위니의 제품을 찾는 고객의 주된 목적은 생산성 향상이며, 이를 위해 도입 초기 실제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적정 운용 수를 산출한다.
운용 과정에서는 관리 페이지를 통해 처리 물량과 로봇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독형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Q.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향후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못한 이유는 기술적 한계, 환경의 제약,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 로봇이라고 하면 식당이나 호텔에서 쓰이는 서빙 로봇을 먼저 떠올리지만, 서빙 로봇은 기술적으로 구현이 비교적 쉽고,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기술적으로 더 높은 성취가 필요한 시장은 규모가 훨씬 크다. 특히 공장, 물류센터, 라스트마일, 생활물류 분야가 대표적이며, 그중에서도 물류자동화는 자율주행 로봇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류센터의 오더피킹 업무를 보면 대부분 사람이 담당하고 있는데, 공간이 넓고 복잡하며 환경 변화가 잦아 로봇이 작업하기 쉽지 않다.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고, 트위니가 물류자동화를 목표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는 생활 물류, 즉 라스트마일 배송 분야에서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Q. 기술 진보 못지않게 사회 수용성도 중요할 것 같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적용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로봇이 산업 현장에 자연스럽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와 기존 인력과의 대치라는 두 가지 과제를 넘어야 한다고 본다. 완전 자동화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신축 등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인프라 기반 로봇 제품은 인프라가 훼손될 때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트위니 로봇은 이러한 위험이 없고, 창고 구조를 변경하지 않아도 즉시 도입이 가능하다.
다만, 대당 약 4천만 원대의 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트위니는 구독형 방식을 통해 제품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현재 물류센터의 경우 대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 있는 곳이 많으며, 인건비 상승과 3D업종에 대한 인식으로 인력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인력 유지와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 도입은 인력난 극복을 위한 필연적인 순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로봇을 투입해 기존 인력 유지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Q.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트위니는 ‘자율주행기술로 수고를 덜고, 여유를 더합니다’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동 업무를 대신해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일, 더 사람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는 곧 트위니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트위니는 서빙이나 보안이 아닌 물류자동화와 공장자동화를 위한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성과를 통해 우리의 선택이 더 나았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Q. 사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나르고 오더피킹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전에도 트위니 제품이 공장에서 쓰이는 경우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늘 맞춤형 개발을 요구했다. 이른바 SI 성격의 일이었는데, 자율주행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런 방식으로는 제품을 널리 보급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시 시장 조사를 하고, 나르고 오더피킹을 만들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백 곳이 넘는 물류센터를 직접 다니며 현장을 살폈고, 인천 중구 항동에 테스트 공간을 마련해 여러 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이후 처음 두 곳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했고, 해당 회사가 제품을 재구매했을 때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다.
Q. 트위니의 앞으로 계획이나 구상 중인 방향은 무엇인가.
트위니는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에 자리한 인텍솔루션(ITS)과 자율주행 로봇 기반 물류자동화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북미 진출에 필요한 인증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특허 등록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북미 시장은 규모 면에서 국내와 큰 차이가 있고, 인건비가 높아 로봇을 통한 비용 절감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사용 수요가 확인돼 국내외 협력사를 통해 일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 트위니가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기억되길 바라나.
물류센터와 공장 내 이송·피킹 업무를 자동화하는 자율주행 로봇 시장은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시장이 명실상부한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했을 때, ‘자율주행 로봇’ 하면 가장 먼저 트위니를 떠올릴 수 있는 글로벌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