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성 대표의 인생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유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은퇴 후에는 운동선수로서의 익숙한 길 대신 전혀 다른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모험을 택했다. 미국 테라건, 마사지건을 국내에 들여오며 스포첵을 시작했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이후 직접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약 10억 원을 투자해 홈트레이닝 기구 ‘윙보(wingbo)’를 개발했다.

이제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윙보의 글로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운동선수 시절의 땀과 조직에서의 경험이 한데 모여 새로운 도전을 향하고 있다.

스포첵 곽대성 대표. 스포첵은 오랜 선수 생활에서 다져진 끈기와 정신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윙보'는 평생 쌓아온 경험을 통해 만든, 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다. [사진=스포첵]

Q. 운동선수로서의 커리어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국가대표로 28살까지 활약했고, 그동안 여러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은퇴했다. 선수들이 그렇듯 학교나 교수직으로 가는 길도 있었지만,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1999년부터 정치권에 들어가 선거 캠프에서 약 3년간 수행팀으로 일했고, 이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정책비서관으로 4년간 근무했다. 2007년에는 대통령 선거 캠프를 거쳐 청와대 제2부속실 국장으로 일했고, 이후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체육 담당 국장을 맡았다.

Q.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도 있었는데,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청와대를 나온 뒤에는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 스포츠단 사무국장으로 3년간 근무했다. 당시 강원FC, 아이스하키, 유도, 스키점프, 장애인 스키, 골프 등 일곱 개 종목을 운영했다. 공기업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때 예전에 후배가 보여줬던 미국 제품이 떠올랐다. 직접 제안서를 써서 미국 테라건 본사에 보냈고, 대리점 계약을 따내며 2015년경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Q. 미국 테라건 마사지건 수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듣고 싶다.

한국에서는 운동선수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미국은 메달리스트를 높게 평가했다. 운동선수로서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팀과 후배들을 찾아가 직접 체험을 제공했고, 선수촌을 찾아가 제품을 소개했다.

당시 제품 가격이 80만 원대였지만, 1~2년 만에 마사지건 시장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졌고, 국내 마사지건 시장의 기반을 만들었다. 하지만 수입 유통업은 계약이 끊어지면 한순간에 사업이 흔들릴 수 있었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3년 전부터 판매 수익을 모아 자체 제품 개발에 나섰다.

Q. 윙보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윙보는 약 1년 반의 개발 기간을 거쳐 작년 초에 선보인 홈트레이닝 기구다. 코로나 시기 홈트레이닝 열풍을 보면서 방송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다. 중국에서 저가 제품을 이름만 바꿔 파는 모습을 많이 봤고, 그런 시장과는 다른 진심이 담긴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방송에서 운동기구를 홍보하는 사람들이 정작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효과가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윙보는 근력 중심의 홈트레이닝 기구다. 3kg부터 30kg까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기울어진 형태로 자세를 잡아주고, 공간 부담을 최소화한 설계가 특징이다. [사진=스포첵]

Q. 윙보는 기존 홈트레이닝 기구와 어떤 점이 다른가.

윙보의 가장 큰 차별점은 근력과 코어 운동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홈트레이닝 제품이 유산소 운동에 치중하지만, 윙보는 30대부터 시작되는 근력 감소에 주목했다. 집에서 역기를 다루기 어렵고 바른 자세로 운동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3kg부터 최대 30kg까지 5단계로 강도 조절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 윙보의 발란스 기능은 사용자가 코어근육을 사용하면서 바른 자세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일반인 기준에 맞춘 강도 설정과 콤팩트한 크기로 공간 부담도 줄였다.

전문 트레이너의 운동 영상을 유튜브나 TV로 보며 따라 할 수 있도록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제품 개발에는 약 10억 원이 투입됐고, 전액 자체 비용으로 진행했다. 개발 당시 정부 지원 사업에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스스로 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완성했다.

Q. 앞으로 제품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지 궁금하다.

현재 윙보는 아날로그 형태다. 내년에는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앱과 연동해 칼로리 소모량과 운동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제품에 전자 장치가 들어가면 각국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장이 충분히 자리 잡기 전에는 무리한 확장을 하기보다는 사용자의 반응을 충분히 검증하고, 완성도를 높인 뒤 단계적으로 확장하려 한다.

Q. 해외 진출 계획은.

작년 초 윙보를 선보인 뒤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루마니아, 남미 등 여러 나라로 수출 중이다. 최근에는 제품을 새롭게 리뉴얼해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시작했다.

뉴욕에서 촬영한 모델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본 뒤 구매 의사를 밝힐 만큼 실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미국 시장을 선점하면 자연스럽게 유럽과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소비자가 스스로 건강해지는 변화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실제로 도움이 되고,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기구는 그런 점에서 가장 솔직한 제품이다. 꾸준히 쓰면 몸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삶의 활력이 된다.

Q. 정부 정책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일부 공공 지원 사업은 단기 성과를 위주로 운영된다. 그러나 어떤 제품은 시간을 두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기업을 지원할 때는 이런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의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Q.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

스포첵을 꾸준히 쓰이는 K-스포츠 기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한국 홈트레이닝 시장은 ‘스쿼트머신’이나 ‘천국의 계단’처럼 잠깐 유행했다 사라지는 제품이 많다. 나는 오래도록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시장의 디지털화에 맞춰 운동량과 체중, 체지방 변화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제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글로벌로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