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이엔지 최재봉 대표는 지역난방 분야에서 30여 년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한 뒤 아파트 열공급 설비의 유지보수와 안전진단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열에너지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분야를 넘어 생활 속 건강관리 영역으로 기술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 융합을 통해 개발한 온열 케어 브랜드 온셀라(ONcella)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으며, 현재 해외 진출과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 중이다.
기술로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최재봉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경이엔지 최재봉 대표. 기술은 결국 사람이 완성한다고 전한다. 작은 부품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 태도가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준다. [사진=보경이엔지]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에너지 전문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지역난방기술(주) 등에서 근무하며 지역난방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었다. 동종 분야에서 32년간 종사하며 지역난방 시스템의 열공급 기준, 공급 방법, 각종 설비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Q.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지역난방은 발전소나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뜨거운 물을 만들어 아파트·건물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 공헌하며, 생산 단가가 낮아 소비자에게 경제적이다. 개별 보일러가 필요 없어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적고, 온도 조절이 일정해 생활이 쾌적하다.
우리나라 지역난방은 1980년대 목동에서 처음 도입된 뒤 상계동과 여의도를 거쳐 1990년대 분당, 고양, 안양, 부천 등 6개 신도시로 공급이 확대됐다. 이후 보급이 빠르게 늘었다. 현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의 아파트가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서울에너지공사 등 공기업이 열을 생산하고 공급했지만, 아파트·건물 내부 설비를 관리할 전문기업은 없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열을 각 세대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하려면 기계실과 배관 등 설비를 상시 점검할 기술 인력이 필요했다. 이런 산업 공백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02년 지역난방 전문기업 보경이엔지를 설립했다.
Q. 주요 비즈니스 영역은 어떻게 되나.
보경이엔지는 지역난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아파트·건물 기계실의 열공급 설비를 관리한다. 각 기계실에 설치된 열교환기, 열배관, 밸브, 열량계 등의 유지보수가 주요 사업이다. 설립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은 열 공급 사업자가 발주하는 열수송관 신규 설치와 보수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서울에너지공사 등 공기업과 지에스파워 등 민간사업자와도 꾸준히 협력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역난방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 이해가 요구된다. 발전소에서 약 110도의 온수를 열수송관을 통해 아파트·건물로 보내면, 기계실 내 장치를 통해 1차 측과 2차 측으로 구분해 열교환이 이뤄진다. 이때 지역 난방수와 세대 내 온수가 섞이지 않도록 열교환기를 거쳐 각 세대로 난방과 온수가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열교환기, 밸브, 펌프, 탱크 등 다양한 설비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뤄야 하며,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기술이 완성된다. 보경이엔지는 시스템 도입 초기부터 현장 설계와 시공, 유지보수 전 과정에 참여하며 전문기술을 축적해 왔다.
Q. 보경이엔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보경이엔지의 경쟁력은 사람에게 있다. 지역난방 분야에서 수십 년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 직원이 많고, 창립 원년 멤버가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직률이 거의 없고 장기 근속자가 많아 팀워크가 견고하다. 전 직원이 기계 또는 열관리 관련 자격증을 한 개 이상 보유하고 있어 기술 수준이 높다. 이런 인력 덕분에 공사 하자가 거의 없고,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수원 지역의 한 아파트 안전진단 과정에서 온수 온도게이지 보호관 파손을 발견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사례도 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안전진단 사업에서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로 선정되는 것도 이 같은 책임감과 전문성 덕분이다. 업계에서 “다음 입찰에도 꼭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사업의 보람을 느낀다.
Q. 새롭게 추진 중인 사업이 있다면.
최근에는 컴팩트형 열교환기 제작과 시공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아파트·건물 기계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열교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다. 지역난방 설비 기술을 제품으로 발전시킨 시도다.
Q. 온셀라는 어떤 제품인가.
보경이엔지 기술연구소에서 오랜 연구 끝에 개발된 온열 마사지기 ‘온셀라(ONcella)’는 인체에 안전한 2,450MHz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를 이용해 빠르고 깊게 체온을 약 41도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신개념 온열기기다.
피부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되고, 옷을 벗지 않은 채로 손이 닿지 않는 부위까지 케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경량 핸드피스를 탑재해 사용의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또한 피부 탄력 관리부터 바디 컨디션 회복까지 폭넓은 온열 케어가 가능하며, 고가의 의료용 기술을 전문가에게는 효율적인 시술 장비로, 일반 가정에는 간편한 셀프 케어 제품으로 구현했다.
온셀라는 빠르고 안전한 체온 상승, 순환 및 이완 유도, 집에서도 손쉬운 온열 관리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퇴근 후 TV를 보며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일상 친화적으로 설계되어,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
온셀라는 병원용 고주파 장비의 원리를 가정용으로 구현한 온열 케어 제품이다. 피부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얼굴 리프팅부터 바디 순환까지 한 기기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사진=보경이엔지]
온셀라는 보경이엔지가 쌓아온 열 기술을 일상의 케어로 확장한 첫 결과물이다. [사진=보경이엔지]
Q. 주 고객층 및 시장 전략은.
주요 고객층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먼저 지역난방 열을 공급하는 전국의 열 공급 사업자다.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여러 공기업과 민간사업자가 모두 중요한 고객이다. 다음으로는 열을 사용하는 소비자, 아파트 입주민이다. 한 세대 한 세대가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작은 볼트 하나를 조일 때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건설사다. 협력업체로 등록돼 신축 아파트 건설 시 기계실 설비 컨설팅과 장비 선정, 설치, 인허가 업무를 함께 진행한다.
2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업을 이어오며 신규 건축보다는 유지관리, 컨설팅, 안전진단 등에 중점을 두어왔다. 덕분에 건설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지역난방 관련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지금의 기반을 지탱하고 있다.
Q.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회사를 이끄는 가장 큰 철학은 사람과 시스템이다. 지역난방 전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이 곧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또 회사를 움직이는 힘은 함께하는 구성원이다.
지역난방은 편리하고 경제적인 열공급 시스템이지만, 작은 볼트 하나의 문제로도 아파트 전체의 열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그만큼 세심함이 필요하다. 아파트에는 어르신과 아이 등 열공급 중단에 취약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어느 현장이든 ‘우리 부모, 우리 자식이 사는 곳’이라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해 온 덕분에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고, 장기 근속자가 많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만큼 팀워크가 좋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다.
Q. 업계 분위기와 정책 제언은.
지역난방 분야에도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같은 국영기업은 정부의 기준에 따라 기술력과 가격을 함께 평가하지만, 일부 민간 현장에서는 저가만을 앞세운 입찰이 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공사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지역난방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에는 적정 단가의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찰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장 경험이 없는 외부 심사위원이 평가에 참여하면서 기술력보다 발표 능력으로 낙찰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업무 경험이 있는 평가위원이 참여해야 하고,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과 기술개발, 해외시장 진출, 인증제도 개선, 대기업과의 상생 정책 등 실제로 필요한 지원이 뒤따라야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Q. 향후 계획이 있다면.
업계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신뢰를 높게 평가해 주는 만큼 책임감이 크다. 앞으로도 지역난방 사업의 본질은 ‘사람들에게 안정적으로 따뜻함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고자 한다. 열을 공급하는 곳과 그 열을 사용하는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
컴팩트형 열교환기 제작과 설치 사업은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만든 기술이기에 꼭 성공시키고 싶다. 시장에 자리 잡을 때까지 연구개발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온셀라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을 믿고 있다. 국내에서 꾸준히 홍보와 판매를 이어가며 반응을 살피고 있고, 머지않아 해외에서도 ‘국산 온열 케어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현재는 케어용 제품이지만 임상 실험을 거쳐 의료기기 인증을 받을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가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역난방 분야에서는 20여 년간의 설비 기술력을 기반으로 스마트 지역난방 플랫폼 사업을 구상 중이다.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감과 고장 예방을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연료전지,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국가의 에너지 절약에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