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스튜디오’ 김준형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본과 제조, 네트워크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환경을 직접 경험했다. 그때 본 협업의 문화, 그리고 혁신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국내에서도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 생각을 구체화하며 세운 바로스튜디오는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가공과 사출금형을 기반으로, 각종 기구 부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사출금형과 정밀 CNC 부품을 주문자 방식으로 생산하며, 특히 북미와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타깃하여, 다양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디자인 에이전시, 연구소, 대기업 신사업 부서와 거래하며 해외 시장에서 신뢰를 쌓았다. 영어 소통에 능숙한 프로젝트 매니저와 체계적인 업무 절차는 장거리 협업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를 보장한다.

앞으로는 제조와 함께 자금과 설계지원까지 포함한 ‘한국형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발전할 계획이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제품 제작, 양산, 투자 연결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며, 국내외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 바로스튜디오 김준형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바로스튜디오는 한국인의 근면함, 빠른 피드백, 뛰어난 제조 인프라를 결합한 글로벌 제조 서비스 제공한다. [사진=바로스튜디오]


Q.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외국에서 일하며 많은 해외 스타트업이 믿고 맡길만한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이나 소량 생산 업체를 찾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객이 단 한 개를 주문하더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납품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고객과 협업이 많은 만큼 한국인의 근면함과 신속한 피드백은 강력한 경쟁력이다. 처음 거래한 고객이 꾸준히 찾게 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미래 캐시카우(Cash Cow)를 확보하여, 제조만이 아닌 설계 지원과 투자회사를 궁극적으로 만들어,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을 하는 구체적인 목표 실현을 하기 위해 사업에 나섰다.

Q. ‘바로(BARO)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BARO’는 한국어로 ‘즉시’ 또는 ‘바로’를 뜻한다. ‘baro’라는 단어에서 ‘b’는 숫자 6과 비슷하게 보인다. 해외 고객과 협업이 많아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고, 그 결과 ‘속도’와 ‘6일’, 즉 일주일 이내 샘플 완성이라는 약속을 담았다.

주문 수량이 많거나 디자인이 복잡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이름처럼 실행력과 민첩성을 추구하며 구성원 모두가 다이내믹하게 일한다. 이 가치는 성장의 원동력이자 조직 문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Q.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어떤 변화를 겪었고, 생산시스템은 어떻게 발전시켰나.

창업 초기에는 2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50명 규모로 성장하며 업무 시스템을 갖추었다. 초창기에는 대부분 수동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분야별로 나누고 프로세스를 정리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자재 소싱, 품질관리, 납기 준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영업과 재무 데이터를 토대로 생산 과정을 정비했다.

국내 금형·가공·조립 공장과 협력해 복잡한 제품은 직접 제작하고 단순한 제품은 협력사와 함께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했다. 이후 고객군을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에이전시, 연구 기관, 대기업 신사업 부서까지 확장하고, 소량양산 수요에 맞춘 생산 공장을 마련했다.

Q. 해외 시장 진출 초기에는 어떻게 고객을 확보했나.

강점을 키우고 첫 해외 고객사를 찾는 데 힘을 쏟았다. CNC, 금형, 사출 등 다양한 프로토타입과 소량양산 제작 기법을 자체 시스템화했고,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의 영어 소통 능력과 해외 클라이언트 업무 시스템을 갖췄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거래를 시작했다. 초기 고객 상당수는 추천으로 유입됐는데, 이 과정에서 문화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소개하는 일이 조심스럽지만, 미국과 같은 해외 문화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전문 스튜디오라는 프리미엄 포지셔닝 덕분에 네트워크 확장이 수월해졌다.

바로스튜디오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초기 아이디어에서 샘플 제작, 초기 생산, 후속 투자 유치까지 연결해 주는 ‘한국형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나아가고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창업 초 생산 제작센터를 마련하기 위해 두 곳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모두 승인됐다. 대출일이 달랐다면 한 곳에서만 가능했겠지만, 같은 날 진행되면서 두 곳에서 모두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생산 제작센터 구축에 큰 도움이 되었고, 회사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업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운과 실력이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초창기에 이런 좋은 운이 따라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Q. 조직 문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이었나.

제약이 많아지고, 통제할수록 경직되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반대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때 책임감도 생긴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느낀 만족이 책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과 책임이 함께 가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구성원들도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자유로운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점을 이해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고 있다.

Q. 성과 보상과 복지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회사의 말보다 문서로 남긴 약속을 믿어라.’ 누구나 사람인 만큼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말보다 도장이 찍힌 계약서가 더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돌려받는다고 생각한다.

성과 보상은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 한다. 매출에 따라 지급할 성과금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예전에는 전 구성원에게 똑같이 나눴지만, 작년부터는 일부는 균등하게, 나머지는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더 많이 가도록 바꿨다. 이때 ‘성과가 뛰어난 구성원’을 판단하는 기준이 대표의 주관에 좌우되지 않도록, 회사가 얼마나 벌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각자의 기여가 어떤지를 모두가 알 수 있게 객관 지표를 세우고 데이터를 공유한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자율성과 책임감 있는 사내 분위기와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 보상 체계는 바로스튜디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진=바로스튜디오]


Q. 바로스튜디오는 어떤 복지 문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지역에서 출근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기숙사를 마련해 장거리 출퇴근의 불편을 줄였다. 해외 경험 기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다양한 나라의 박람회나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매월 생일을 맞은 구성원에게는 파티를 열어 여러 팀이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가족 생일축하금도 지급한다. 금액은 배우자 30만 원, 부모님 10만 원 한도로 급여와 함께 지급하며, 배우자의 부모님까지 포함해 최대 연 7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회사 카페테리아를 마련해 직원들이 휴게 공간에서 음료, 스낵, 간단한 음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필요하면 퇴근 시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게 했다. 입사 초기에는 이러한 근로자 지원 정책을 먼저 안내하고 있다.

Q. 회사를 운영하며 어떤 리스크 요소를 가장 주시하나.

모든 회사는 시련을 겪고 극복하며 성장한다. 바로스튜디오는 설립 5년 차로, 그동안 큰 위기 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걸어왔다. 초창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공장을 세우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운과 타이밍이 맞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다만 이런 경험은 불안으로도 남아 있다. 아직 큰 위기를 겪지 않았기에 실제 위기 상황이 온다면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금속 가공과 정밀 제조 산업은 세계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적자가 발생하거나 성과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예상치 못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내수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기 위해 별도 법인을 만들어 진행 중이며, 재정적으로 안정된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이렇게 늘 위기를 경계하고, 대비하고 있다.

Q. 바로스튜디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본과 제조, 네트워크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직접 보았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원을 보탤 때 혁신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때 자금, 제조, 설계를 결합한 ‘한국형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떠올렸다.

나의 목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역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제조가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이 공간이 더 다양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대학생과 창업자가 모여 함께 일하고, 우리는 투자와 제조 역량을 제공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펀딩부터 글로벌시장 진출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해외에 기회가 많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 컸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젊은 세대와 함께 성장하며 세계로 향하는 길을 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