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티엔씨는 25년 동안 냉동·공조 산업에서 꾸준히 길을 닦아온 회사다. 대형마트 냉동·냉장 설비 시공으로 시작해 유지관리와 보수 업무를 맡으며 성장했고, 지금은 기계설비 공조 시스템까지 다루는 기계설비 부문 종합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김기백 대표가 회사를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가치는 기술과 신뢰다. 단기 성과보다 품질을 우선했고, 신뢰를 바탕으로 주요 유통·물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자연냉매 CO₂(이산화탄소) 시스템을 도입하며,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시대에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는 인재가 곧 회사의 미래라고 믿는다. 직원들이 오래 머물며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기술자들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의 성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는 신념이 국제티엔씨의 저력을 지탱해 왔다. 김기백 대표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터키 카플란라 사의 플러그인 쇼케이스를 소개하는 김기백 대표. 해당 쇼케이스가 매장에 적용된 실제 사례를 강조했다. 실외기 없이 설치 가능한 콤팩트한 장비로, 2022~2024년 롯데마트 식품매장 냉장고 도어 설치 사업 사용됐으며, 설치 이전 대비 전력 소모량 약 40% 절감 효과를 지녔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국제티엔씨’는 어떤 회사인가.
국제티엔씨는 2001년 창업 이후 25년 동안 국내 냉동·공조 시스템 시설 공사를 이끌어 온 회사다. 초창기에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유통 시설 공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0년이 지나 유통 시장의 포화 상태를 내다봤고, 당시 시공은 활발했지만, 냉동·냉장 시설을 전문적으로 유지관리하고 보수하는 업체가 드물다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냉동·냉장 시스템에서 쌓은 기술력을 가지고 기계설비 공조 시스템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독일 군트너사의 에어쿨러를 현장에서 직접 선보이며 제품 특징을 설명했다. 세계 유일의 HACCP 인증을 받은 양면토출형 쿨러로, 신선식품의 저장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주 고객층은 어떻게 되나.
냉동·냉장 설비 분야의 주요 고객은 유통기업과 저온물류기업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 GS수퍼마켓, 쿠팡, 풀무원, 롯데 물류, 한전 등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최근에는 냉난방공조와 기계설비 분야로 사업을 넓히며 롯데타워호텔, 롯데몰, 이랜드, 학교, 공공기관 등으로 고객군을 확대해 가고 있다. 기술 진단부터 에너지절감 솔루션 제안, 안전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Q. 많은 고객을 확보한 비결은 무엇인가.
항상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고객 확보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매출보다 고객에게 진정성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영업 원칙을 우선으로 삼아왔고, 그것이 고객을 꾸준히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다.
‘고객 가치를 정의할 수 없는 일은 모두 낭비’라는 생각으로, 고객의 요구를 미리 읽고 기술과 서비스를 결합해 먼저 제안하며 빠른 실행으로 신뢰를 쌓아왔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냉동·냉장 시스템 기술력을 검증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슈퍼마켓, 물류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고객층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기계설비 공조 시스템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신규 고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Q. 사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해외 유수 기업들과의 전략 제휴이다. 독일 군트너(Güntner)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에어쿨러를 수입한 데 이어, 튀르키예 카플란라(Kaplanlar)와의 오픈 다단 내치형 쇼케이스 한국 총판 계약을 체결한 일이다. 이 계약은 회사의 사업 확장과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자연 냉매인 CO2 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세계 최대 냉동공조 기계 제조·유통 업체인 하이얼 캐리어(Haier Carrier)사의 한국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CO2 장비를 공급받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국내 대형마트의 해외 점포에 직납을 준비하고 있다.
Q.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2~3년 전부터 미리 준비해 온 일이다. 다행히 그동안 쏟은 노력이 하나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형마트 최초로 롯데마트 구리점에 자연 냉매 CO₂를 적용한 냉동·냉장 멀티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시설 공사를 마쳤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점에도 불구하고 CO₂ 시스템을 도입한 롯데마트의 결정은 업계 내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는 9월에는 세미나에서 CO₂ 시스템의 활성화 필요성을 알리고 공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CO₂ 냉동 시스템은 에너지 사용 특성에 맞게 맞춤 설계·시공한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유지보수와 A/S도 우리 회사가 직접 맡아 한층 원활한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
Q. CO₂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CO₂는 오래전부터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동시에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기도 하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들고, 사람이 숨을 내쉴 때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탄산음료, 드라이아이스, 소화기 제조에도 널리 활용된다.
자연 냉매로서 CO₂는 누설 시 화재 위험과 환경규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프레온계 냉매와 달리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에 불과하며, 에너지 사용량도 약 20~25% 줄일 수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이미 슈퍼마켓, 대형 할인점, 식품 가공공장, 대형 냉동창고에서 활용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2030년까지 HCFCs 냉매의 생산과 소비를 중단해야 하며,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이 제한되고 F-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CO₂ 냉매 산업은 앞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냉식 멀티 콘덴싱 유닛을 알리며, 냉동 싸이클의 핵심 장치임을 강조했다. 냉매를 압축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압축기의 역할을 수행하는 장비다. [사진=강소기업뉴스]
국제티엔씨가 수입·판매하는 프리미엄 와인셀러. 국내 특허를 받은 제품으로 신세계 L&B에 설치됐다. 진열부와 각 선반에 냉기가 균일하게 전달돼 와인의 풍미를 최적 상태로 보존한다. 포장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 상품 손상을 막고, 매장 마케팅 효과까지 높일 수 있다. [사진=강소기업뉴스]
Q. 최근 업계 분위기와 변화는 어떤가.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커지면서 오프라인 유통 매장은 줄어들고 있다. 새로 여는 점포보다 문을 닫는 점포가 더 많아졌고, 대형마트의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냉동·냉장 설비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소비층이 된 MZ세대는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다. 해외 직구가 늘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시장을 넓히면서 온라인 유통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대상으로 하는 냉동·냉장 설비 수요는 점점 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기술 차별화나 새로운 사업 진출이 없으면 회사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남은 시장을 두고 가격 경쟁만 벌이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분야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Q. CEO로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CEO가 반드시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가진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알맞게 배치하는 일이다. 우리 회사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모아 과제를 풀어가는 엔지니어링 기업이기에, 인재들이 즐겁게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역할이다.
나는 엔지니어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나 역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에 후배들이 같은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 나은 길을 마련해주고 싶다. 그들을 키워내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소명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Q.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현재 엔지니어 인력난은 매우 심각하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를 다니며 직접 확인한 현실이기도 하다. 정신적으로도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직업임에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점은 늘 안타깝게 느낀다. 한때는 매년 약 30개 대형마트 점포가 새로 문을 열면서 지금의 60~70대가 현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그 세대는 모두 은퇴했고, 지금은 롯데마트나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규 점포가 연간 1~2곳 문을 여는 수준이다. 일이 줄어든 만큼 인력 지원도 줄었고, 이제는 50대가 마지막 세대라고 불릴 정도다.
이 문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도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하며,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극한 폭염이 길어지는 시대에 사무실, 카페, 백화점에서 에어컨 없는 하루를 떠올려 본다면, 이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정부와 냉동공조 산업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Q. 사내 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25년이 됐다. 그동안 처음부터 함께해 온 사람도 있고, 10년 넘게 근속한 이들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현재 26명의 구성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장기 근속자다. 나는 그들을 ‘식구’라고 부른다. 시골에서 자라며 한 솥의 밥을 나눠 먹는 사람을 식구라 했던 경험이 내게는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도 가능하면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나누려 한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쌓인 정이 서로를 이어주었고, 덕분에 가족처럼 챙기고 신뢰하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글로벌시장의 탄소 저감 요구와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자연 냉매 CO₂ 시스템 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 투자 시 여전히 장비 가격이 높다는 점이다. 보급을 넓히려면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시설 공사는 한계가 있다. 나 역시 한 기업의 힘만으로 장비를 들여오고 시설을 구축하며 길을 여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일본은 장비 비용의 약 3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한다. 우리도 친환경 시도가 정책 자금으로 뒷받침된다면 산업 전환 속도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냉동·냉장 분야에서 자연 냉매 CO₂ 시스템을 앞서 도입하며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지난 6월 롯데마트 구리점에 첫 적용을 마쳤고,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 2026)에 참가해 전시회를 열어 CO₂ 시스템의 필요성을 알리며, 공급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다른 목표는 냉동·냉장 시스템과 기계설비 공조 시스템을 함께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ESCO Total Solution 프로젝트가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신규 고객 발굴과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해 기계설비·공조 부문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 목표이다.